국가-기업 신용도 '역전현상' 심화… 한국경제 이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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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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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신용등급 올라도 대기업 등급은 하락, 실물경제 악화 불안감 고조

아주경제 이재호 박재홍 이혜림 기자= 올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한국의 거시경제 안전성과 향후 성장 전망 등이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세계에서 가장 우량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보다도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과 기업 신용등급의 역전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급격히 상승한 한국 경제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국가-기업 신용등급 디커플링 현상 나타나

S&P는 지난 22일 포스코의 장기 기업·채권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 국가 신용등급과 포스코의 신용등급은 세 단계로 벌어졌다.

지난해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3로 한 단계 낮춘 무디스도 조만간 등급 추가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아시아 지역의 철강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가 포스코의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철강 업황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또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포스코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기업이 같은 처지라고 보는 게 맞다.

무디스와 S&P는 올 들어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을 각각 Baa3과 BBB+로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S&P는 전자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였다.

반면 정유업계 대표 기업인 SK에너지의 신용등급(무디스 기준)은 지난 2009년 Baa2에서 Baa3로 하향 조정된 후 3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지난 3월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된 데 이어 S&P로부터 연말에는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신용등급(S&P 기준)이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으며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악화됐다.

금융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들어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올랐지만 시중은행들의 등급 변화 얘기는 없다. 종전에 은행 신용등급이 국가 신용등급과 나란히 움직였던 패턴이 무너진 것이다.

3대 신용평가사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 대해 등급 조정과 관련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존에는 대기업과 은행 등의 신용등급이 국가 신용등급과 같이 움직였지만 최근 들어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와 기업 신용등급을 분리해 결정키로 선언하면서 이같은 추세가 깨졌다”고 설명했다.

◆ 기업 신용등급 하락 실물경제 문제 없나

국내 대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실물경제가 악화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이 기업의 신용등급 책정에 제한 요건으로 작용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돈줄인 해외 차입 여건도 악화될 수 있다.

한 재계 인사는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최근 회사채 발행이 늘고 있지만 개별 기업마다 사정은 천차만별”이라며 “신용도가 떨어지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빌리더라도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오는 2014년은 돼야 회복기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임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좋지 않겠지만 국가보다는 신용등급 조정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며 “장기 투자에 따른 단기적 신용등급 조정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신용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거시경제 불안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기업 신용등급 간의 디커플링 현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위기의식을 갖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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