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고> 새로운 투자여건, 새해 새 정부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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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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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2012년에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두 번의 큰 선거가 있었다. 또한 세계 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의 터널 속에 갇혀 있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우리 주위를 감쌌던 한 해가 지나가고 이제 2013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경제적인 여건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선 그리스 재정위기를 통해 재발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이제 주변국 재정위기로까지 번지는 양상마저 보이면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스페인은 최근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보다 약 50% 정도 경제규모가 큰 이탈리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간 재정긴축, 연금 및 노동시장 개혁에 주력한 몬티 총리가 지난 12월에 사임하고 2월에 총선을 치를 예정이어서 개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처럼 대외여건 개선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대략 5~6% 정도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내수를 지탱하는 국내 사정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민간소비를 주도해야 할 가계는 빚으로 인해 소비여력을 잃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구의 약 3분의 2가 평균 8200만원 정도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부채를 보유한 10가구 중 7가구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새 정부 역시 지출능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340조원이 넘는 올해 예산 중 복지 관련 예산이 처음으로 30%를 초과할 전망이다. 특히 재정건전성이라는 큰 틀 안에서 0~5세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각종 복지 관련 공약들을 실천에 옮길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위한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댈 가능성이 있는 곳은 기업뿐이다. 그러나 기업 역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투자란 근본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돈을 쓰는 행위이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투자다. 이런 특징은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확실히 나타난다. 대통령 직선개헌 이후 자료를 살펴보면 대선 이후 1년간 우리나라 설비투자 증가율은 대선이 없었던 기간에 비해 약 6.5%포인트 정도 낮았다.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크게 증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적·정책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기업의 투자를 살려야 한다. 새 정부는 장기적인 비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하루 속히 제시해야 한다. 이제 정치적·정책적 불확실성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은 뱀의 해이다. 뱀은 아담과 이브를 에덴의 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든 교활한 동물이지만,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면서 영원한 생명을 유지하는 영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계사년을 맞이해 우리나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의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 기업의 투자를 맘껏 독려할 수 있는 환경을 하루 속히 조성하길 바란다. 이제는 '제구포신'의 의미처럼 묵은 것으로부터 허물을 벗고 새로운 것을 펼쳐내야 할 시기이다. 마치 60년 전 1953년 한국전을 종식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던 계사년처럼 모든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또 다른 계사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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