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한류 열풍에 힘입어 서비스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의 흑자행진은 이로써 15년째다.
그러나 수출증가세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이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432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한은 전망치 43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는 서비스수지의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서비스수지는 전년 58억5000만 달러 적자에서 26억8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 1998년 17억 달러 흑자 이후 14년 만이다.
운송이 105억5000만 달러로 전년(74억 달러)보다 대폭 증가하고, 여행 적자규모는 58억7000만 달러로 전년(74억1000만 달러 적자)보다 축소됐다. 건설서비스 역시 167억5000만 달러로 전년 116억8000만 달러보다 흑자규모가 확대됐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서비스수지 흑자 전환에 대해 "한류의 영향과 더불어 여행 입국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건설서비스와 운송부문이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상품수지 흑자규모도 확대됐다. 하지만 이는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한 데 비해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입의 감소폭이 수출의 감소폭보다 클 때 나타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와 흡사한 모양새다.
이 기간 상품수지는 384억5000만 달러로 전년 316억6000만 달러보다 67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수출은 기계류와 승용차, 석유제품 등의 증가세에 힘입어 5527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한 것으로, 전년 19.6%보다 흑자규모는 대폭 둔화했다.
수입은 원자재와 소비재 수입 증가세가 축소되고, 자본재 수입도 감소로 전환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5142억7000만 달러로 조사됐다. 지난 2009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본원소득수지는 투자소득이 53억9000만 달러로 전년(33억2000만 달러)보다 증가하면서 48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전소득수지는 2011년 26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7억600만 달러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금융계정은 전년 267억5000만 달러보다 확대된 442억5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자본수지는 6억 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기가 나빠져 수입이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의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320억 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지난해보다 흑자규모가 축소된 데 대해 한은은 "대외여건이 나아지고 있어서, 올해 경기가 살아나면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해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 등이 늘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흑자폭은 줄어들겠지만 경기를 위해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2년의 이례적인 결과들에서 그간의 추세가 반영되면서 올해는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되고 서비스수지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출증가율이 예년만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불황형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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