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스털링 루비 "뭔지 모르겠다고요? 현대사회 이미지 재활용했어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5-01 19:1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국제갤러리서 한국 첫 개인전..스프레이 페인팅등 설치작업 전시

11일 국제갤러리에 온 미국작가 스털링 루비./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두툼한 부츠에 '청청 패션'으로 등장한 미국 출신 젊은 작가 스털링 루비(41)는 딱 서부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 같았다.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한국 첫 개인전 일정에 맞춰 방한한 루비는 설레여보였다. 어깨까지 내려온 숱없는 금발머리는 그가 '자유로운 영혼' 을 증명하는 표식같았다.
스털링 루비. 사진=박현주기자

11일 자신의 작품이 전시된 국제갤러리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읽으며 작품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의 말이 통역되는 것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 루비는 노란 메모지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2년 넘게 도자 작업을 진행했는데 최근 새로운 형식으로 변화했다. 내게 도자 작업은 심리치료적이고 미술치료적인 의미를 갖는다”


도대체 무엇을 담아났는지 파악이 안되는 시커먼 그릇과, 미술치료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세라믹, 도자기의 의미는 미국뿐아니라 공예운동과 연관되어 있어요. 미국에서 도자기는 물질성에 주목합니다. 도자기는 변덕스럽죠. 굽는과정에서 터져버리기도 하고…. 이 대야에는 지난 12년동안의 내가했던 작업, 그 터져버린 잔재들이 들어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 구원을 받을수 있다는 의미의 작품"이라며 "무덤처럼 보이기도 하고 고고학적이기도 하지만 자전적인 장소로 보상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물질에 주목하며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그의 작품은 천조각을 붙인 작품에서 엿볼수 있다.
헝겊을 붙인 BC(3977)2012

청소년기를 미국 펜실베니아 시골에서 보냈다는 그는 미술의 미자도 몰랐을 적에 아미쉬(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으로 살아가는)친구집에 걸려있는 퀼트(이불)에 매료됐다.

휘황찬란한 색으로 이어진 퀼트조각보는 "그가 느낀 최초의 시각적 경험"으로 지금껏 그때의 퀼트를 잊어본적이 없을 정도다.또 헤지고 낡은 옷을 이불로 다시 만들어 쓰는 일본의 풍습에도 감명을 받았다는 루비는 이후 사용가치와 시각적 가치의 환원을 작품으로 가져왔다.

검은 그릇에 터져버린 잔재들이 들어있고, 헝겊을 붙인 그림과 그의 주요한 콜라주 연작중 EXHM는 골판지를 재료로 사용했다. 전시작품은 새로울게 없는 재활용(리싸이클)된 '이미지의 재발견'이다.

어찌보면 곰팡이가 슨 것 같기도 하지만 몽환적인 뿌연화면을 보여주는 '스프레이 회화'도 마찬가지.
스프레이 페인팅을 설명하는 스털링 루비.(스프레이 회화같은 청청패션옷은 작가가 만들어 입은 옷으로 크리스찬 디올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정도로 감각을 자랑했다, /사진=박현주기자

2000년대 초반 LA로 이사후 거리에서 발견한 '문양'덕분에 탄생한 이 작품은 알고보면 '현대사회 풍경화'다.

LA뒷골목은 매일 갱단들의 '나와바리'(조직영역)싸움이 치열한 우범지역이었다. 하얗게 칠해진 벽에는 불과 몇시간만에 갱단의 영역을 상징하는 문양을 그라피티로 뒤덮였다. 그러면 시 당국은 또 밤새 벽에 그려진 문양들을 지워내는 작업을 하고, 다시 하얗게 칠해진 벽에는 겹겹이 덮인 스프레이 페인트때문에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얼룩을 남겼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0년대 "회화는 끝장이다"며 그림에서 손을 뗐었다는 루비는 'LA 갱단의 그라피티 활동'을 보며 "도시의 병리적이고 병적인 현상에 관심을 갖게됐고 다시 캔버스 화면에 그리게 된 그림이 '스프레이 페인팅'이라고 했다.

루비는 "스프레이 페인팅을 하면서 웬지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고, 당시 학교에서 그렸던 그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모네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실눈을 뜨고 보니, 모네의 '수련'분위기가 어른거리는 것도 같다.)

버려지고, 사라지고, 뒤섞이는 잔재들을 예술가의 눈으로 살려낸 그의 작업은 "현재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바쁜 작가"로 만들었다는게 유진상 평론가의 설명이다.

국제갤러리 전시장과 1관과 3관에서 선보이는 루비의 개인전에는 도자기와 브론즈 조각작품인 Basin(널찍한 대야 혹을 그릇과도 같은)연작, 그의 고유한 스프레이 회화 연작등 대표작을 소개한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02)735-9885
작가 스털링 루비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스털링 루비=현재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에 거주 및 작품활동 중이다. 1996년 펜실베니아 스쿨 오브 아트 앤 디자인 졸업 후 2002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조형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이후 2003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아트센터 컬리지 앤 디자인에서 조형학 석사를 졸업했다.조각작품을 통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환각적인 색상들의 회화작품들 및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다층적인 이미지가 중첩된 콜라주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전시=2012년 제네바 현대미술센터,, 2008년 이태리 베르가모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뉴욕 드로잉센터에서 전시를 가졌고 오는 5월 로마 멤모재단과 벨기에 겐트의 돈트-데넨스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작품소장=뉴욕 휘트니미술관, 텍사스 달라스 내셔 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모던, 로스앤젤레스 주립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 노르웨이 오슬로의 아스트룹피언리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등에서 그의 작품을 구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