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각 기업주가 자기 고향의 하천 하나씩만 살려도 전국 곳곳의 하천은 예전의 아름다운 환경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유년 시절,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던 유구천을 예전으로 되돌려 놓고 싶습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자신의 고향인 충남 공주 유구천을 바라보며 항상 했던 말이다.
어린 시절 강가에서 뛰어 놀던 기억이 생생하지만 유구천은 이미 심하게 오염되어 물고기조차 살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자신만이라도 앞장서서 유구천을 살려보기로 결심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 부쳤다.
2003년부터 윤 회장은 직접 공주에 내려가 하천 자정식물 심기, 쓰레기 줍기 등 하천 정화 활동을 펼쳤다.
회장의 솔선수범에 임직원들도 유구천 살리기에 동참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유구천은 3급수에서 1급수로 개선됐다.
지금은 1급수에서만 살 수 있다는 물고기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윤 회장의 유구천 살리기는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결실을 맺었다.
해마다 수백억원씩 기부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차별된 또 다른 차원의 사회 환원을 실현한 것이다.
이같은 '아주 특별한 사회 환원'을 이번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신세계는 23일 팔당호 수질개선 사업을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윤 회장과 마찬가지로 정 부회장은 2007년부터 5년 동안 50억원을 투자해 팔당호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2007년 당시 경안천은 팔당호 총 수량의 1.6%에 불과했지만 전체 오염도의 16%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투자를 시작한 이후 2009년 당시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 농도(ℓ당 4.1㎎)가 3급수에 머물던 경안천이 지난해에는 2급수(ℓ당 2.0㎎)로 개선됐다.
하천이 살아나면서 각종 동식물들도 경안천을 찾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납지리, 긴몰개 등 이전 오염된 하천에서 볼 수 없었던 어종들이 목격됐다.
어종이 돌아오면서 이들을 먹이로 삼는 백로·왜가리·청둥오리·민물 가마우지 등 철새들도 경안천에 둥지를 차렸다.
지금은 너구리·삵·고라니 등 야생동물까지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룹 임직원들이 봉사활동을 다녀오다 우연히 오염된 경안천을 발견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아직 생태계 복원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지난 5년 간의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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