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8ㆍ28대책 후속책을 보고 필자는 조금 씁쓸한 마음이었다.
8ㆍ28대책 법안도 통과가 안 되는 시점에서 아직 식장도 잡지 못한 예비 신랑·신부가 식장 장소와 날짜도 없이 청첩장을 미리 돌리는 것과 뭐가 다른지 참으로 답답했기 때문이다. 어제 발표가 난 뒤 여러 명의 기자들은 "이번 방안 어떻겠습니까?" "별거 아니라고 봐야겠지요?" "제가 보기엔 영 아닌 것 같은데, 별다른 게 없잖아요. 그렇죠?"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필자는 다소 맥빠진 목소리로 "무슨 후속책이 나왔답니까? 원안도 통과되지 않고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말입니다. 대략 보니 특별할 게 없어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에서 국회에 민생 부동산법안이나 빨리 통과시키라고 간접적으로 압박 내지는 호소하는 호소문처럼 보인다. 후속책이 나왔지만 실망감만 늘 뿐이다. 12월은 죽었다 깨어나도 시장반전이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3대 규제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그대로 놔두고 후속타가 나온들 특별한 답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정부에서 머리 싸매고 만들어놓은 부동산 민생법안(취득세 영구인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이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안타깝고 한심한 건 취득세 영구인하조차도 아직 100% 확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에서 느끼기에 100%와 99%는 다르다. 후속대책 발표로 일선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들이 느끼는 생각도 필자의 생각과 거의 비슷해 보인다. 물론 시장반응이나 움직임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물의 온도 99도와 100도가 다르듯 시장수요자들은 100이 돼야 움직인다. 그런데 정책 자체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후속타가 문제가 아니라 본안이 먼저 통과돼 정책 확정이 100%가 됐을 때 시장이 움직이지, 본질을 놔두고 후속타를 날려본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후속타 없이 본안만 통과돼도 시장은 점진적으로나마 움직이게 돼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국회차원의 신속한 결단으로 법안통과가 급선무이지 후속타가 급선무가 아니다. 국회의 신속한 법안통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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