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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칼럼> 건설업계 '산 넘어 산'…고생 끝에 낙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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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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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오랜만에 동네 뒷산을 벗어나 근교 큰 산을 찾는 즐거움을 누렸다. 자주 다니던 산의 익숙함을 떠나 소위 명산이라는 곳의 아름다움과 신선함은 잔잔한 행복감을 주었다. 너덧 시간 이어지는 등산코스에서 오는 기분좋은 피로는 한두 시간 가벼운 등반의 아쉬움을 깨끗이 잊게 해준다. 산은 그야말로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챙겨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이번 산행에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깨우침을 얻었다. 주말이면 으레 오르곤 하던 동네 산은 아무래도 초보자나 어르신이 많다보니 내 걸음이 상대적으로 빨랐고, 산을 잘 타는 사람처럼 보였고, 또 내심 그런 줄 알았다. 막상 큰 산에 와 보니 여기저기서 "미안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추월하는 사람이 여럿 나타나면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하물며 엄청나게 더 큰 산도 있는데 동네에서 골목대장 노릇이라니…. 가끔은 산에서 겸허함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등산객들의 형형색색 옷차림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만 다니던 내 입장에서는 아웃도어용품이 많이 팔린다는 뉴스가 피부에 와닿지 않았는데 새삼 유행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그 비싸다는 상표로 치장하고 산을 패션 경연장으로 전락시킨다는 아쉬움이 컸다. 취사가 되지 않는 산에 메고 온 어마어마한 배낭에는 뭐가 들었을까 궁금증을 낳고, 최고급 등산화와 스틱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은 히말라야라도 가나 하는 실소를 머금게 한다.

하지만 이 또한 한국인의 만사에 대한 열정의 다른 표현이라면 지나친 해석일까.

'새털같이 가벼운, 한국 지형에 강한, 비행기 소재, 완벽 방풍 보온, 봉제선 없는 신의무봉, 스마트한 기능' 등은 등산용품 광고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그야말로 최고를 지향한다. 요즘 또 하나의 뜨는 레저인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도 몇백만원의 투자는 기본이라고 한다. 1980년대 테니스 붐에서부터 이후 골프까지 우리는 까다롭게 용품을 고르고, 갖출 것 제대로 갖추고 운동을 시작하였다. 한때 그랬듯이 이를 허례허식, 외화내빈의 실속없는 과시형 소비로 폄하할 수도 있다.

반면 최고가치를 지향하는 열정의 발현으로 가전제품, 자동차, 스마트폰 등 세계 제일의 제품을 생산하게 된 원동력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시장을 첫 출시되는 제품의 시험대로 활용하는 다국적 기업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21세기에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인생에 비유한다. 오르막이 길고 힘들수록 정상에서 경험하는 성취감이 더하듯이, 인생에서도 어려움이 클수록 나중에 얻게 될 열매의 달콤함이 더하다. 그런데 지금은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무턱대고 오르기만 하는 기분이다. 숨은 이미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산 정상도, 경기 회복의 조짐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한 모금이 절실한 때 국회는 취득세 영구 인하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법안을 처리해주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그동안의 처리 지연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 등의 법안까지 통과되어야만 심리적 개선 효과와 함께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다.

건설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일인으로서 여러가지 정책 건의를 꾸준히 해왔지만 아직도 경기 회복의 불빛은 보이지 않는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산에서 건강을 찾고 인생을 갈무리하고 미래의 희망을 찾아보자는 다소 자조적인 제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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