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왜 일어났나
사고는 최근 내린 눈이 천장에 쌓인 탓에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지역에는 최근 일주일 동안 평균 50㎝가 넘는 눈이 쌓였으며, 사고가 발생한 체육관은 외벽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있어 눈의 하중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체육관에서는 부산외대 신입생들이 총학생회 주관의 환영회에 참가해 축하공연을 한창 즐기고 있었다. 중국어·베트남어·미얀마어과 등에 속한 신입생 1012명 중 565명이 참가한 상태였다.
이들 중 100여명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지붕에 깔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부산외대 측은 이날 오후 8시15분께 건물에 균열을 발견한 학생들이 순차적으로 빠져나오는 중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문규화군(19)은 "갑자기 천장에서 전구가 터지면서 천장이 구겨지며 내려앉았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후 현장에 구조대를 급파했지만 리조트가 산 중턱에 있는 데다, 도로가 좁고 눈이 쌓여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리조트 부실공사 의혹 제기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당 지붕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 눈의 무게뿐 아니라 강당의 구조적인 문제 등 다른 원인도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눈이 1㎡의 면적에 50㎝가량 쌓이면 눈 무게만 평균 150㎏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가 난 강당의 바닥 면적을 990㎡ 정도로 보고 지붕의 면적이 바닥 면적과 같다고 하더라도 이 강당 지붕에 쌓인 눈 무게가 148t 이상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경주 외동산업단지와 같은 경주지역 공장이나 일부 식당건물 등 비슷한 자재나 형태·구조로 지어진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리조트의 강당이 설계단계에서부터 잘못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체육관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강당의 특성상 건축물 중앙부분 등에 기둥을 아예 설치하지 않도록 설계됐을 가능성이 크다.
강당 중앙부분에 기둥이 몇 개만 더 설치됐더라도 버틸 수 있는 하중이 훨씬 더 늘어나 붕괴를 막았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검·경 수사 본격화
사고가 일어난 지 하루가 지난 이날 사고 현장에서 구조 및 수색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검찰과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대구지검은 최종원 1차장검사를 본부장으로 해 강력부 검사 전원과 경주지청 소속 검사 3명, 수사관 등으로 '수사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7시께 송연규 강력부장검사 등을 사고 현장으로 보내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도 물론 강당 시공에서 관리에 이르기까지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반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경북경찰청은 18일 배봉길 차장을 본부장으로 한 5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경주경찰서에 차리고 관련 업체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리조트 측이 강당 지붕에 수십㎝의 눈이 쌓여 있는데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케 한 경위는 물론 수백명의 학생이 있는 체육관에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이유도 조사할 계획이다.
건축주와 시공사, 감리 등이 시방서대로 건축했는지 여부와 건축과정에서의 부실자재 사용 등 불법 여부를 가리고 건축허가 후 불법 증·개축 여부도 집중 조사한다.
경찰은 과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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