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기분 망쳐버린 3ㆍ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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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0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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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3ㆍ1절은 한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1919년 이날 우리 선조들은 일제의 억압에 대항, 태극기를 흔들며 자주독립을 외쳤으며 이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제가 저지른 폭정은 이미 여러가지 증거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고 3ㆍ1절만 되면 당시 총과 칼에 스러져간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3ㆍ1절을 맞는 기분은 썩 좋지 않다. 일본의 말과 행동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자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강도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침략 역사를 미화하려는 작업의 강도도 더욱 높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검토하기 위한 부서를 정부 내에 설치하겠다고 일본 관방장관이 나서고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최근 일본 측의 태도는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다.

3ㆍ1절을 맞아 그때 그 감동으로 가슴 벅차야 할 이 때에 미국에서는 한인들의 '기분을 망처버린' 소식 때문에 우울한 분위기다.

한인 언론은 3ㆍ1절을 맞아 당시 미국 신문에 실렸던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사를 언급하며 아픔을 되새기고 있는 가운데 버지니아주의 주도 리치먼드에서는 어두운 이야기가 들려 오고 있다.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주 내 공립학교 교과서에 '일본해(Sea of Japan)'와 함께 '동해(East Sea)'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일명 '동해병기법안'이 자칫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미 버지니아 상ㆍ하원 본회의를 통과해 주지사의 서명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난항을 겪게 됐다.

문제는 버지니아 상ㆍ하원이 양쪽에서 통과된 법안을 '교차 심의' 중인데 이 동해병기법안 표결만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심의 대상으로 올라 있는 것은 하원의 것(HB11)과 상원의 것(SB2) 등 두 개다.

이 중 하원에서 올라온 법안이 상원 교육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원 교육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은 지금까지 동해병기법안을 반대해 온 민주당의 루이스 루카스 의원으로 하원에서 올라온 동해병기법안 심의를 계속 미루고 있다.

법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반발이 상당히 큰데다 이번 법안을 상정한 의원에게 반대파 의원들이 '왜 한인사회만 편애하느냐'는 등의 항의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법안통과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심의가 계속 연기될 경우 하원의 법안은 상원 본회의에 가보지도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끈질긴 로비가 결국 효과를 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원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한다고 해도 상원 법안이 이미 하원에서 통과했기 때문에 테리 맥컬리프 주지사가 서명만 하면 법안은 발효된다.

하지만 이미 한인 정치력 신장이니 풀뿌리 운동의 성과니 하며 자축분위기에 있던 한인 사회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일본의 로비가 사실일 경우 일본은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보기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절반의 실패를 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한국 정부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인 사회도 '동해병기법안' 폐기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때마침 3ㆍ1절을 맞은 한인사회는 일본에 절대로 동해병기법안을 내어 줄 수 없다는 각오다. 

지금까지 힘들여 이뤄놓은 것들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마무리를 해야 할 때다. 반가운 소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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