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K9이 미국시장에서 기아자동차의 프리미엄 세단 시장 공략에 선봉장으로 나선다. 국내시장에서 쓴맛을 봤던 K9이 미국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7일 기아자동차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미국법인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미국 전역에 K9(현지명 K900)을 출시할 예정이다.
K9은 국내에서 ‘비운의 차’로 통한다. 지난 2012년 K7의 성공을 등에 업고 자체 최고급 세단으로서 출시된 K9은 월 2000대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출시 첫 해 총 7599대 판매에 그쳤다. 정몽구 회장이 매 공식석상에 K9을 타고 나타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K9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더 떨어진 5029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대비 14.3% 증가한 583대를 판매했다. 2014년형을 출시하며 가격을 기존 모델에 비해 최대 600만원 가량 낮추고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 등의 디자인을 개선한 효과에 따른 것으로 기아차 측은 분석하고 있다.
기아차는 K9을 미국시장에 내놓으며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동급 차종인 BMW 7시리즈나 렉서스 LS, 등에 비해 약 2만 달러 이상 낮은 가격에 성능은 최대한 강화한 것.
K9의 현지 수출용에는 5.0리터 V8 타우엔진을 탑재한 라인업을 추가한 것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5.0리터 V8 타우엔진은 국내에서는 현대차 에쿠스의 고급형에만 적용된다.
기아차는 K9의 현지 판매 가격을 3.8리터 V6 엔진을 탑재한 기본 모델을 4만9995달러부터 시작한다. V8 엔진을 장착한 고급형 모델은 6만9995달러에 판매된다.
기아차의 이 같은 전략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세단 시장 진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아차가 미국 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대중차 이미지가 강해 프리미엄 세단의 입지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이와 함께 현지에서 K9을 모든 딜러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판매와 정비시설 및 직원교육, 전시공간 등을 확보한 딜러에만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차별화 마케팅도 실시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K9의 미국시장 성공 가능성은 밝지 않다. 기아차의 미국 내 주력 모델인 K5(현지명 옵티마)나 쏘울 등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싼 프리미엄 세단을 구입하기 위해 현지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인 신형 제네시스와도 경쟁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 현지 언론은 미국 출시를 앞둔 K9에 대해 2만달러나 싼 가격에 BMW 7시리즈나 렉서스 LS 급의 차종을 구입할 수 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현대차가 지난 2010년 출시한 에쿠스는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며 현대·기아차의 미국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아차는 K9의 미국내 연간 목표 판매량을 5000대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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