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가장 잘못한 짓은 OB를 내는 것이다. 골프장에서 놀자고 약속한 게임에서 놀이터 밖으로 볼을 날려 보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에 못지않게 잘못한 짓은 볼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친 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노릇이다. 그래서 OB 로스트볼에 대한 처리 방법은 동일하다. 1벌타 후 원위치에서 다시 스트로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2타를 잃는 셈이 된다.
잃어버린 볼은 글자 그대로 로스트볼(분실구)이다. 그런데 골프에서의 로스트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선 볼을 찾기 시작해서 5분 이내에 못 찾으면 그 볼은 로스트볼이 된다. 5분 지나서 찾았다면, 볼은 찾았더라도 그 곳에서 계속 플레이할 수 없다. 로스트볼 규칙에 따라 1벌타 후 원위치에서 다시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따라서 찾기가 어려울 것같은 생각이 들면, 잠정구를 치고 가는 것이 권장된다. 그래서 정말로 로스트볼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그 잠정구로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 이 때 잠정구는 로스트볼로 인해 1벌타 받고 원위치로 되돌아가서 친 것으로 간주된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드라이버 티샷을 했는데 220m 우측의 깊은 러프로 볼이 굴러갔다.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잠정구를 쳤는데, 빗맞는 바람에 180m 페어웨이 중앙에 안착했다. 이 때는 페어웨이로 가서 잠정구를 먼저 쳐서 퍼팅그린에 올려놓고 앞으로 전진해 원구를 찾아보면 된다. 만약 5분이 지나도 못 찾으면 원구는 로스트볼이 되므로 퍼팅그린에 올라가 있는 잠정구로 그 다음 플레이를 진행해야 한다. 벌타를 감안하면 4타만에 온그린한 것이므로 원 퍼트로 마무리하면 5타만에 홀아웃한 것이 된다.
그런데 위 상황에서 티잉 그라운드에서 친 잠정구가 잘 맞아서 250m정도 날아갔다고 가정하자. 이 때는 러프에 있는 원구부터 먼저 찾아보아야 한다. 만약 원구보다 홀에 더 가까이 있는 잠정구를 먼저 쳐 버리면, 그 순간 원구는 로스트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골프볼은 물리적으로 반드시 잃어버려야만 로스트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적으로 이제 더 이상 의미있는 볼이 아니면 로스트볼이 되는 것이다.
로스트볼과 관련, 다음 사례를 반드시 기억해 공식 대회에서 이로 인해 벌타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A와 B 두 사람이 파3홀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A가 새 볼을 꺼내 티샷을 했다. 티잉그라운드에서는 홀이 보이지 않고 깃대 윗부분만 보인다. 볼은 깃대방향으로 잘 날아갔으니 온그린돼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B 역시 새 볼을 꺼내서 쳤다. 역시 잘 날아갔다. “내 볼은 3번이야” “그래? 내 볼도 3번인데…”
A와 B가 친 볼은 공교롭게도 같은 브랜드의 볼이었다. 퍼팅그린에 가보니 홀 옆 30㎝에 볼이 하나 있다. 그 하나밖에 없다. “이상하다, 분명 둘 다 이 방향으로 왔는데…” 그러다가 A는 깜짝 놀랐다. 홀 안에 볼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홀인원…. 그런데 둘 다 같은 브랜드, 같은 모델, 같은 번호의 새 볼이었기에 누구 볼이 홀인원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볼은 구분이 되지 않더라도 먼저 친 순서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 이걸 과학적인 방법으로 규명하여 누구 것이 홀인원된 것이지 알 길이 없을까?
어쨌든 둘 중 한 사람은 홀인원을 한 것이 분명하니, A와 B는 서로 생애 첫 홀인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 골프룰에서는 두 사람 볼을 모두 로스트볼로 처리한다. 골퍼에게는 자신의 볼을 확인할 책임이 있는데 A와 B 모두 그 책임을 다 하지 못한 것이다. 볼을 사면 일단 자기만의 표식을 해 두는 것이 첫째로 할 일이다.
yjcho2@hotmail.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