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한 경제자유구역(이하 경자구역)에 대한 10년간의 초라한 성적표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다국적 기업 유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신(新)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국가 개발사업의 빛바랜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제지원 개편과 비용, 규제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패키지형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의 탄력적인 운영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우선 과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국 98개 경자구역 단위지구 중 개발완료 지구 19곳…10년간 외자 유치 실적 45.9%에 불과
현재 전국 8개 경자구역 가운데 개발이 완료된 단위개발사업지구(이하 단위지구)는 전체의 20%도 못 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추가된 동해안권, 충북을 제외한 98개 경자구역 단위지구 중 46개(46.9%)는 개발 실시계획마저 없어 구조조정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개발이 완료된 지구는 19개(19.4%), 개발이 진행 중인 지구는 33개(33.7%)에 불과했다.
10여개의 국제기구가 들어선 인천의 경우 27개 단위지구 중 9곳은 실시계획이 수립되지 못하는 등 개발 진척도는 45%에 불과한 상태다. 부산·진해 또한 20개 단위지구 가운데 7개 지구는 착공조차 못한 상태며, 광양만권은 23개의 단위지구 중 개발이 완료된 지구는 4곳에 그쳤다.
대구·경북 역시 10개 단위지구 가운데 4곳이 실시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해 구조조정 위기에 몰렸으며, 새만금·군산도 6개 단위지구 중 5곳의 실시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개발이 지연되면서 지난해까지 경자구역이 유치한 외국인 자본도 77억7000만 달러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경자구역이 당초 모델로 삼은 싱가포르가 1년에 640억 달러를 유치한 것과 비교해보면 10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77억8000만 달러 가운데 도착액은 35억7000만 달러(45.9%)인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 인천의 지난해 외자 유치 실적은 9억3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3.7%에 그쳤으며, 부산도 지난해 2억2000만 달러 절반가량인 1억5000만 달러 수준을 보였다.
광양만권의 경우 2012년 FDI 신고액이 1억2660만 달러 였지만 실제 도착액은 200만 달러에 그쳤으며, 새만금·군산도 지난해 신고액 5000만 달러 중 10만 달러만 도착한 상태다. 대구·경북의 경우 외자 유치 비중은 전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고, 황해의 경우 지난 10년간 외자 유치 신고액이 전무한 상태다.
◆경자구역 규제 완화 및 개발 재원 확보 방안 절실
부산발전연구원 설문조사결과 외국인 직접투자가 취약한 원인으로 응답자의 23.0%가 경자구역 내 국내 유수기업 및 앵커기업 부재, 주거·생활 인프라 등 정주여건 열악을 우선적으로 꼽았고 각종 행정규제 및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원인이라는 응답은 18.8%로 뒤를 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와 세제개편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적으로는 해당 부처 간 원활한 의견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부 등 부처 간 이견으로 번번이 무산되는 권역별 앵커기업 조세혜택 방안과 복합리조트에 대한 사전심사제 도입 등에 있어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발 지연으로 심화되는 아파트·상가 미분양 추세를 감안했을 때 분양 외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도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경자구역의 핵심인 철도·도로·항만 건설사업 등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 삭감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각 경자구역 내 영화·만화 등 문화콘텐츠와 바이오 산업 등 특화산업 일부의 중복에 따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설립 심사 기간만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해외 대학의 국내 진입 요건을 간소화하고, 설립 과정에서 자금 조달을 쉽도록 하는 전략적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실효성 없는 중구난방식 육성전략 추진이 지금의 알맹이 빠진 경자구역을 낳은 셈"이라며 "정부는 경자구역의 기능과 목적부터 재정립하고, 입지 지원과 조세 감면, 인센티브 확대 등의 탄력적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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