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당분간 호주 달러 등 원자재 통화가치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원화도 캐나다달러처럼 약세를 보일 것이다"
엘리아스 사니다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아주경제와 홍콩문회보가 개최한 제7회 아시아 태평양 금융포럼에서 원자재 통화 전망을 이같이 밝혔다. 또한 아시아태평양에 공동 통화가 생긴다면 원자재 통화가 가장 유력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원자재 통화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에 경제는 물론 아시아 환율 시장을 형성하는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사니다스 교수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가 세계 경제를 장악하는데 원자재 통화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모든 화폐가 변동 환율제에 적용된다면 원자재 통화는 대부분 화폐 방향을 좌우할 것이다"고 말했다.
원자재 통화는 철광석·금·구리·원유 등 원자재 가격과 비슷한 향방을 나타내는 통화다. 주로 원자재 수출국인 호주·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러시아 등의 통화를 일컫는다.
사니다스 교수는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캐나다 달러 등 원자재 통화가 원화 등 아시아 화폐에 긴밀한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그는 원화 추세를 알고 싶으면 캐나다 달러를 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즉 캐나다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도 강세를 나타낸다는 말이다. 사니다스 교수는 "원화는 오래전부터 캐나다달러에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 엔화의 경우 호주 달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니다스 교수는 캐나다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 원화 가치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였던 1998년 2008년 등을 예견하진 못했지만 캐나다달러의 흐름과 함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1990년 말까지 정부개입이 많았던 엔화는 뉴질랜드 달러나 캐나다 달러에 비해 호주 달러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니다스 교수는 태국 바트가 계속 변동환율제를 지속한다면 호주 달러와 캐나다 달러를 통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태국 바트는 호주달러와 캐나다 달러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며 "1997년 이후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바트는 전반적으로 호주 달러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나 뉴질랜드달러와는 거의 무관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멕시칸 페소·브라질 헤알 등 아시아 태평양 통화들도 원자재 통화와 긴밀하게 연관됐으며 미국 달러도 원자재 통화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덧붙었다.
다만 중국 위안화는 예외다. 사니다스 교수는 "위안화는 중국 당국의 개입이 심하다"며 과거 자료를 통해 변동 추세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위안화가 아시아 기축통화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호주 달러·미국 달러와 연계성을 보이며 자유시장의 힘이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통화에 대한 장기적 전망이 예측된다. 사니다스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자신의 주기공식을 통해 예측한 전망이 실제 환율과 거의 일치했다고 전했다. 사니다스 교수는 "4가지 사이클을 통해 원자재 통화의 단기적 전망은 물론 장기적 전망도 알 수 있다"며 "원자재 통화는 다른 통화 뿐만 아니라 상품 가격, 원자재 순환, 경제 순환 주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호주달러는 '4년-8년-16년-32년' 네 사이클을 종합 적용해 통화 가격을 전망할 수 있다. 호주 달러는 환율 자유변동제를 적용하는 대표적인 원자재 통화이기 때문에 예상이 적중하다는 평가다.
보통 원자재 통화는 원자재 가격주기와 연계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원자재 가격주기는 대개 8년이다. 광산 관련 원자재는 평균 6~8년, 알루미늄 등 금속 주기는 10년, 곡물 주기는 8년이다. 금리 등 다른 변수를 통해 만든 원자재 통화 주기도 단기적인 미래만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사니다스 교수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생산성 급여 고용 기업 경기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거시적인 경제와 재정정책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준다고 전했다. 사니다스 교수는 "원자재 및 경기 사이클은 원자재 통화에 영향을 미치고 원자재 통화도 이러한 순환에 상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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