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금융한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주도적으로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그동안 금융한류 방안은 지나치게 정부 주도로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진출 및 현지화 전략의 일관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를 장기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은 2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4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에 참석, '금융한류와 글로벌 금융기관 육성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저성장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필수지만 국내 금융사는 글로벌화 돼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사들의 해외진출 국제화를 보여주는 초국적화지수(TNI)는 2013년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은 4.8%에 불과하다. TNI가 64.7%인 HSBC와 43.7% 수준을 보이는 씨티에 비해 국내 은행들은 외국 진출이 크게 저조한 상황이다.
이 원장은 "K-팝이 정부의 지원없이 민간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 확산됐듯이 금융사들도 자신의 경험, 노하우 등을 살려 스스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금융사 CEO 임기에 대한 제도를 개선돼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장기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집행하기에는 현재 임기가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외국 금융사들의 CEO 평균 재임기간은 10~15년인데 반해 국내 CEO는 3년 남짓이다. 특히 이 원장은 "해외진출 초기 3년은 손실이 나기 마련인만큼, CEO 임기 내 해외진출 성과에 대해 평가를 하는 점은 꼭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전문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이민관련 규정의 개선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인력을 육성해야 하지만, 당장은 해외에서 우수 금융인력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이민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 원장은 "글로벌 영업을 위해서는 국가리스크 및 글로벌리스크를 반영한 위험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지역다각화를 통해 리스크 분산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금융사 간의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금융사들의 진출이 한쪽으로 쏠리면 과당경쟁(레드오션)이 발생할 수 있는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은행연합회를 통하는 등 협의체를 통해 조율해야 한다"며 "시장조사나 네크워크 구축 등 해외진출에 필요한 사항도 공동 추진하면 시간과 비용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주요 은행과의 업무협약(MOU)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 원장은 "기업은행이 중남미 지역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은행과 MOU를 맺고 해외진출 기업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듯 전세계 은행의 네크워크를 이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의 역할도 부각됐다. 해외 대출로 자산건전성의 악화를 야기할 수도 있고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이 규제는 완화하되 감독 및 사후 관리는 강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전산시스템 공유와 후선업무에 관한 규제 완화 등 국내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자유롭게 영업하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금융환경도 성숙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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