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미술시장만 이렇게 불황인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4-07 19: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김형걸 Goodwill Advisory 대표 (전 화랑협회 사무국장)

최근 발표된 'TEFAF Art Market Report 2014'에 따르면 2013년의 세계미술시장은 미술품과 골동품을 합친 판매액이 474억유로에 이르러 이전 기록의 최고치에 가깝고, 전년도에 비해 8% 성장했다.

 또한 artprice.com 이 발표한 'THE ART MARKET IN 2013'도 경매시장도 120억달러이상을 기록하면서 경매역사상 최고의 해였다. 이러한 경이적인 성장은 아시아, 중동 및 러시아로부터의 구매자들의 글로벌화한 수요에 떠 받쳐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은 어떠한가?

 2013년 자료는 아직 발표된 것이 없다.  단지 2013년 12월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표한 '2012년도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도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약 4405억 원으로 추정(작품거래 규모 기준)하고 있다. 작품판매금액 변동추세는 2010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2011년 대비 4.4%(약 185억원) 감소했다.

 세계미술시장이 2007년도의 거래규모수준까지 회복세를 보이는데 왜 우리나라 미술시장만 유독 2010년이후 아직까지 계속 하락세일까.

 ◆우리나라 미술시장불황의 원인은?
 그동안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불황 이유는 (1)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불황, (2) 미술품양도에 대한 세금부과, (3) 비자금수사 등으로 인한 미술품구매분위기위축 등이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세계 미술시장은 이미 2010부터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을 극복했고, 우리나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2008년의 금융위기는 더 이상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또  세금부과 문제도 실제로 세금부과의 대상이 될 정도의 거래는 그리 많지 않고, 비자금 문제도 일부 극소수에 한정된 문제이기에 대다수의 정상적인 거래활동과는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미술시장의 불황은 한마디로 '국내미술품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mismatch로 인한 시장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즉, 미술품구매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국내공급사이드에 대한 구매자의 신뢰 상실로 인해 수요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국내거래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앞의 미술시장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2011년의 주요유통영역(화랑, 경매회사, 아트페어)의 작품판매금액은 약 4210억원이었는데 반해 국세청에서 비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미술품 거래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면 약 4800억원 규모의 미술품이 국내미술시장 밖에서 거래 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구내구매자들이 해외의 갤러리, 소더비 혹은 크리스티 같은 해외 경매회사, 그리고 Art Basel, Amory Show 같은 해외 아트페어에서 직접 미술품을 구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국내 구매자들의 해외 미술시장에서의 직접 구매현상은 국내미술시장 공급사이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품의 다양성, 작품수준, 진위여부, 가격의 적정성 등에 대한 대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구매자들의 해외시장에서의 직접구입형태가 점점 확산되어 국내 구매자들의 미술품구매규모는 커지고 계속 커지고 있으나, 국내 판매자들의 판매규모는 오히려 계속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경제가 호전되어 경기호황이 오면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해결방안은?
 미술계가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보다도 “신뢰의 회복”이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일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Global Standard'를 따르는 것이다. 과거 1997년도의 IMF 위기를 극복했던 방법이 우리나라 경제계에 만연했던 불투명한 거래, 회계관행 등을 고치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회계원칙을 도입하여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그들의 투자를 이끌어 냄으로써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미술계도 모든 분야에 공정성, 투명성, 합리성, 이해관계상충 방지 등의 'Global Standard'를 철저히 도입해야한다.

 특히 우리나라 미술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늘날의 미술프로젝트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서 고유의미의 미술뿐만 아니라 marketing, financing, PR, IT, computer공학, 건축공학 등 미술이외의 많은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들이 결합되어 있고 규모가 대형화되고, 지리적으로도 국제화 되고 있다.

 과거처럼 규모가 작을 때는 미술을 전공한 분들이 모든 분야를 배우고 익혀서 다 진행할 수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종합화, 대형화, 국제화된 전시프로젝트나 아트페어 같은 경우에는 어느 한 분야전공자가 혼자 다 진행하기는 너무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분업화에 기반한 전문화가 우리나라 미술계의 세계수준으로의 도약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와 같은 'global standard' 준수, 분업화를 통한 전문화는 기존의 미술계가 당장 고쳐나가야 할 문제이지만, 더욱 근본적인 개선방법은 앞으로 미술계에서 일할 새로운 세대를 처음부터 그렇게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분업화를 통한 전문화를 위해서는 미술교육에 획기적인 개방을 하여 타 전공자들도 대폭 받아들이고, 융합전공학위과정의 설치가 필요할 것이다. 가장 보수적이었던 법조계와 의학계도 벌써 몇 년 전부터 학부전공과 상관없이 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하여 순수혈통주의를 벗어나 다양화, 전문화를 꾀하고 있는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미술계도 미술전문대학원에 공학, 커뮤니케이션학, 경영학, 법학, 의학 전공자들을 대폭 받아들여 그들이 그들의 전공을 바탕으로 미술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해외 유력갤러리 및 컬렉터들에 대한 우리나라작가들의 접촉기회 확대를 위해 해외유수 아트페어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것도 우리나라 미술의 해외진출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로 인한 관광객증가, 관광수입확대, 연관산업에 대한 수입증가, 일자리 창출 등의 부대 효과도 함께 기대 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