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업체들은 또 한번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할 상황이다. 값싼 정부 물량 대신 일반미를 사용할 경우,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 비축 국내산 쌀가루가 모두 소진되면서 가공식품 업체들의 원가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08년 수매한 정부미로 만든 쌀가루를 가공식품 업체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왔다. 당시 수매량이 많아 비축분이 많았기 때문에 ㎏당 가격은 365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축분이 바닥나면서 쌀가루 4만t을 오히려 수입쌀로 대신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이후 흉작으로 수매량이 줄면서 식품업체에 제공할 쌀가루까지 만들 여유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가공식품업체들은 쌀가루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부침가루·만두·면·과자 등에 들어갈 쌀가루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정부에서 구매한 국내산 쌀가루로 당장 2~3개월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의 원료 공급 대책은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제품들은 수입산 쌀가루로 대체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쌀로 만든’ ‘국내산 쌀을 엄선한’ 등과 같은 국산 쌀을 강조해 마케팅을 펼친 브랜드 업체들은 수입산으로 바꿀수도 없는 처지이다.
실제로 대상은 지난해 국내산 쌀가루 2700t을 사들여 부침가루와 면제품 원료로 사용해왔다. CJ제일제당도 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400t의 국내산 쌀가루를 정부로부터 사들였다.
과자 등을 생산하고 있는 농심도 계열사 농심미분을 통해 1000t의 국내산 쌀가루를 구입해 ‘별따과자’ ‘조청유과’ 등 쌀과자를 생산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소 수백t에 이르는 물량을 수입산으로 대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일반미로 만든 쌀가루 구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원재료를 일반미로 대체하면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반미는 정부미에 비해 최소 2배에서 6배 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미로 만든 쌀가루가 ㎏당 365원이었다면 일반미로 만든 쌀가루는 최소 700원에서 많게는 2000원 수준이다.
2000원짜리 부침가루에 쌀가루 비중이 30%라면 600원이던 쌀가루 원가가 1200원에서 3600원까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일부 업체들은 계약재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시점이 가을 이후이기 때문에 여름까지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반미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원료 수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사실상 원가 부담을 안고 가야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