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은 전진호 속에서 인간성의 본질 조명한 ‘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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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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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해무'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봉준호 감독이 기획·제작하고 ‘살인의 추억’의 각본을 쓴 심성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해무’(제작 해무)가 바다 안개 속 항해를 마치고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 김윤석, 문성근, 이희준, 김상호, 유승목, 한예리, 그리고 첫 영화에 도전한 가수 겸 배우 박유천까지, 여수 앞바다를 누비던 전진호의 실체가 드러났다.

‘해무’는 지난 1998년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이후가 배경이다.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던 시기다. 국가부도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범국가적인 재활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시작으로 긴축재정 체제로 전환됐다. 정년퇴직이 보장됐던 과거와 달리 5~6년, 길게는 10년이나 일찍 회사에서 나와야만 했다.
 

[사진=영화 '해무' 스틸컷]

전진호의 선장 철주(김윤석)도 IMF를 빗겨가지 못했다. 고기를 잡아 납품하던 활어회센터 사장(기주봉)이 감척을 하겠다고 하자 위기감을 느낀다. 자신의 집은 전진호라고 생각했던 철주는 어선들에게 불법적인 일을 알선하던 후배(조덕제)를 찾아간다. 중국에서 들어온 밀수품을 육지로 운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밀수’가 아닌 ‘밀항’이었다.

조선족들을 뭍으로 데려오는 대신 큰 돈을 받기로 한 철주는 기관장 완호(문성근), 갑판장 호영(김상호), 롤러수 경구(유승목), 선원 창욱(이희준)과 동식(박유천)에게 일방적으로 일을 지시한다. 전진호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한 선원들은 선장의 말에 첫 ‘밀항’에 나선다.

밀항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다. 거친 파도와 비바람까지 몰아치는 어두운 공해상 한 가운데에 정박한 전진호. 약속한 중국 어선이 다가오고 밀항자들이 하나 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전진호로 몸을 옮긴다. 그러다 오빠를 찾아 한국행을 결심한 조선족 여인 홍매(한예리)가 물에 빠지고, 이를 지켜보던 동식이 몸을 던져 가까스로 구해낸다. 이후 밀항자들과 전진호 선원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철주, 완호, 호영, 경구, 창욱, 동식, 홍매의 캐릭터는 살아 숨을 쉰다. 완벽하게 뱃사람으로, 완벽하게 조선족으로 분했다.

‘해무’의 해상신의 70%는 실제로 바다 위에서 진행됐다. 제작진은 실제 안강망 어선을 공수해 작은 세계를 구축했다. 철주, 완호, 호영, 경구, 창욱, 동식은 다양한 인간성의 단면들을 조명했다.
 

[사진=영화 '해무' 스틸컷]

감척으로 인한 삶의 위협을 받은 철주는 모든 일들을 순간적으로 이성에 의지해 처리할 수밖에 없었고, 젊은 시절 저지른 과오로 인해 배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완호는 인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찼다. 배의 갑판을 담당한 호영은 선장의 말에 절대적으로 따르며 선원들을 지도하는 중간 선임과 같은 존재다. 경구는 돈과 관련된 일에서는 두뇌회전이 빠른 인물이다. 창욱은 서열 상 중간에 끼어 온갖 스트레스로 인해 욕구불만에 쌓인 선원이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막내 동식은 이성보다 감성을 중요시한다. 홍매는 이들 선원들의 감정을 좌지우지 흔드는 불청객이다.

심성보 감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을 하나의 배에 몰아넣어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극한의 상황을 연출했다.

청소년관람불가로 내달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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