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올해 하반기 대규모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조선사들은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신용등급 하향 우려감까지 커진 상황에 차입금 상환 부담까지 커지고 있는 셈이다.
◆ 조선업체 4곳 연말 만기 도래 CP 약 2조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4개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연말까지 갚아야 할 CP 만기 도래액은 총 1조8200억원(발행금액 기준)이다.
가장 많은 양의 CP가 발행된 곳은 현대중공업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부터 11월 6일까지 총 1조1500억원의 CP 만기가 도래한다. 여기에 내년 2월엔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까지 남아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1조2926억원, 당기순손실 7076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기준 부채비율은 180%로 2011년 170%에 비해 10%포인트 늘었다.
부채비율이 300%에 육박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9월엔 2000억원의 CP 만기가, 11월엔 3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기준 부채비율은 2011년 270%에 비해 17%포인트 늘어난 287%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보유한 빚이 보유한 자본보다 3배가량 많은 것이다.
이밖에 현대미포조선은 9월 3000억원의 CP 만기가 도래하고, 현대삼호중공업은 10월까지 총 1700억원의 CP 만기가 다가온다.
◆ "후불방식 배값 지불 CP발행 늘려“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업체가 최근 CP 및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이유를 ‘헤비테일 방식’의 선박 대금 지불 계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헤비테일 방식이란 조선업체가 수주한 배를 완성해 인도할 때 선주가 배 값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선주가 배를 수주하고 배 값을 치를 땐 각 공정 과정에서 다섯 번에 걸쳐 나누어 돈을 낸다. 여기서 돈을 내는 비율은 조절할 수 있다.
조선업황이 좋았을 땐 선주가 선박 건조 초기 단계에서 돈을 내는 비율이 높았다면, 이제는 업황 악화로 배가 완성된 후 잔금을 많이 치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조선업체 입장에선 선박을 짓기 위해 장비와 재료 구매 등 운영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CP 등을 통한 외부 자금을 미리 끌어다 쓴 후 선박 잔금이 들어오면 CP를 상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헤비테일 방식의 계약이 늘며 조선사들의 CP 발행이 늘고 있다"며 "업황이 좋아 수주가 계속 들어오면 괜찮지만 수주가 중간에 끊기면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선박 잔금으로 CP 상환 문제없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각 조선사들은 CP 발행은 늘고 있지만 올 하반기 이미 수주한 선박대금 잔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CP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CP 차환 발행을 염두에 두는 곳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CP 만기 때 맞춰 선박 수주 잔금이 들어오도록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다"며 "CP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CP 만기 도래분이 다른 때보다 많은 것은 일부 선박들의 인도가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올해 총 97척의 배가 인도될 것이고, 이 중 50척은 하반기에 인도돼 선박대금 잔금이 들어오면 CP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하는 CP에 대해선 CP 차환 발행을 통해 현재 CP 규모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