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악화와 노조와의 임단협 갈등, 최고경영진 및 임원진 교체를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이 오랜만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소식을 알리며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일본 이토추 상사는 알제리 국영 에너지기업 소나트랙(Sonatrach)의 해운 자회사인 하이프록(Hyproc)으로부터 LNG선 2척 및 옵션 1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4개사는 지난 9일 알제리 현지에서 신조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며 14일에는 계약 체결식 행사를 가졌다.
이번 계약은 하이프록이 운용 중인 LNG선이 노후화됨에 따라 이를 교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발주를 추진해 왔으나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지연됐다. 이번 발주에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와 중국 최대 조선사인 후둥 중화 조선 등 4개사가 응찰했으며, 하이프록은 4개사가 제출한 기술 및 상업 제안서를 평가한 후 현대중공업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신조 LNG선은 17만CBM급 이중연료 디젤 전기(DFED) 추진 시스템을 채용하는 최첨단 선박으로, 준공은 2016년 말에서 2017년 상반기 예정이다.
이번 수주는 현대중공업이 모멘텀 반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3분기에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여름휴가 이전부터 시작한 임단협은 현재까지도 타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복귀한 뒤 조선 부문 임원 전원 사표 수리 후 31% 감축, 비수익사업 포기를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수주 활동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현대중공업의 총 수주액은 150억6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208억3700만 달러 대비 27.7% 하락했다. 조선(-34.7%)과 해양(-18.1%), 플랜트(-66.0%) 등 주력사업 수주 급감의 영향이 컸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LNG 및 LPG선 수주 소식을 알리면서, 셰일가스 붐을 타고 번지고 있는 이 부문 선박 수주 경쟁에서 현대중공업이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알제리 LNG선 수주로 시장의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켰으며, 이 여세를 몰아 24일로 예정된 한국가스공사의 신규 LNG선 6척 최종 입찰에서도 성공적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가스공사가 발주하는 LNG선박 중에는 한국형 LNG 화물창인 KC-1을 탑재하는 선박 2척이 포함돼 있어 조선 3사로서는 놓칠 수 없는 한판이 펼쳐지고 있다.
KC-1은 그동안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선주사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해 상용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수주에 성공해 성공적인 가동을 입증할 경우 향후 수주전에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KC-1이 상용화될 경우 LNG선 척당 60억원의 기술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수주한 LNG선의 국산화율도 그만큼 높아지고, 중소 조선 기자재 업체의 조업 물량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임단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구조조정이 조기에 효과를 발휘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경영 실적도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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