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미국과 중국은 모바일 금융 분야에서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두 나라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사실상 모바일 금융 분야에 진출했고 저렴한 수수료, 편리한 서비스 등으로 기존 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던 금융업계의 판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
모바일 금융 선두 주자는 중국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2003년 PC와 모바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융ㆍ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출시했다. 알리페이에 가입하고 은행 계좌, 신용카드를 연동시키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송금과 결제, 펀드 가입 등을 할 수 있다.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며 지난해 6월에는 펀드 투자 서비스도 시작했다.
2014년 7월 기준으로 알리페이 회원 수는 8억2000만명으로 중국 내에서 온라인 결제 점유율은 50% 이상이다. 알리페이로 결제한 금액은 지난해 약 450조원에서 올해 670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그룹은 내년부터 알리페이를 한국 등 전 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400개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알리페이로 대금을 치를 수 있고 서울 명동 주변에서는 ‘알리페이를 이용해 세금을 환급받자’는 내용의 중국어 광고가 넘쳐나는 등 알리페이는 국내 모바일 금융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올 3월 알리바바그룹은 저비용으로 영화와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온라인 금융상품 위러바오를 출시했다. 현재 위러바오 가입자는 약 8000만명, 모인 자금은 83조원이나 된다.
미국의 모바일 금융 진출은 2010년대에 들어 본격화됐다.
구글은 2011년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직불카드나 신용카드 등처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구글월렛’ 서비스를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G메일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에 맞서 애플은 올 9월 '아이폰 6'과 '아이폰 6 플러스'의 출시를 발표한 후 NFC 기반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애플 페이'를 발표했고 지난달 20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 페이는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입력 등 복잡한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지문 인식만으로 간단히 결제하는 서비스다. 현재 미국 백화점과 수퍼마켓 등 22만여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과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등 신용카드사를 등에 업은 애플 페이는 아이폰 6·6 플러스 출시 72시간 만에 신용카드 100만장 등록을 이뤘다.
한편 애플 페이는 미국 외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루머스, 컬트오브맥, 테크스마트 등 미국 IT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애플 페이 사용자들이 호주, 아랍에미리트, 캐나다 등에 설치된 NFC 결제 단말기에서 지불했다”는 보고가 잇따라 들어왔다.
맥루머스는 “당분간은 애플 페이가 공식적으로 미국에서만 지원되지만 이 모바일 지급 솔루션은 전 세계 곳곳에 이미 보급된 결제 터미널과 호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애플이 미국 외 은행·카드사와 협력해 전 세계로 애플 페이를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바코드 스캔 방식의 모바일 금융도 등장할 것으로 보여 모바일 금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바코드 스캔 방식을 앞세운 머천트 커스터머 익스체인지(MCX)라는 컨소시엄과 NFC를 근간으로 한 '애플페이'와 '구글월렛'의 모바일 결제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전했다.
MCX 컨소시엄은 NFC 결제 방식 대신에 스마트폰에 바코드를 띄워 스캔한 후 소비자의 예금 계좌에서 출금하는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추구한다. 내년에 '커런트 C'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다.
MCX 컨소시엄은 전자 유통업체 베스트 바이, 대형 유통체인 월마트 등 총 50개 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1조 달러(약 1068조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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