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시위대의 행정장관 선거 완전 직선제를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홍콩 정치개혁을 공론화하고 시민들의 단결력과 정치적 의식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 경찰당국은 11일 오전 9시부터 도심점거 시위대 본거지인 애드미럴티(金鐘)의 간선도로에 설치된 시위캠프 철거에 들어갔다고 홍콩 밍바오(明報)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를 위해 홍콩 당국은 7000명의 경찰을 애드미럴티 지역에 투입했다.
시위캠프 철거를 위해 이날 정부청사와 입법회 건물도 임시 폐쇄됐으며 인근 도로도 통제됐다. 혹시나 발생할 물리적 충돌을 위해 무장 태세도 갖췄다. 전날 캐리람(林鄭月娥)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은 “전날 도심 점거 시위대가 자발적으로 철수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알렉스 차우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 비서장은 전날 밤 애드미럴티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어 "시민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정부에 대한 거부의 표시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현장에 머무를 것"이라며 경찰에 체포될 각오가 돼 있음을 밝혔다. 적지 않은 시민들도 이날 이곳에 모여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고 외쳤다.
이번 홍콩 도심 점거 시위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전인대가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 자격을 1200명 규모의 후보 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2∼3명으로 한정한다는 안을 내놓은 것에 반발한 시민들이 이를 진정한 보통선거로 볼 수 없다며 시위에 나선 것이다.
9월 22일 학련의 주도에 따라 24개 대학의 동맹 휴업으로 촉발된 홍콩의 도심 점거 시위는 26일부터는 홍콩 도심 전체로 확대돼 최대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단결을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을 달고 진정한 민주화를 외치는가 하면 홍콩 경찰의 최루가스 물대포 진압에 맞서 시위대가 우산을 펼쳐 드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우산혁명'이라고 불렸다.
비록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완전 직선제',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 사퇴' 요구는 당국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홍콩 정치개혁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또 홍콩인의 반중국 정서를 강화시키면서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 조슈아 웡 학민사조 위원장, 알렉스 차우 학련 비서장등 젊은 세대들이 민주화 시위의 주역으로 떠올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그 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세대가 이번 시위를 통해 변화했고 새로운 정치 세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조직력 부족, 지도부 내부간 분열 등 일부 한계점도 노출됐다.
또 줄곧 평화 시위를 강조해왔던 시위대가 지난 달 30일 애드미럴티 정부청사 건물 봉쇄를 시도하며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40여 명이 체포됐고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홍콩 경찰 당국은 시위대에 대해 '강경 대응'으로 방침을 전환했으며 시위대의 기세도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장기화된 시위로 인해 홍콩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면서 대중들의 지지도도 점차 하락했다. 시위대가 주요 상점과 도로를 점거하면서 현지 상점들 판매가 급감해 홍콩의 10월 소매판매는 증가율은 1.4%로, 홍콩 시위가 발생하기 전인 9월의 4.8%보다 세 배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존창(曾俊華) 홍콩 재정사장이 올해 홍콩 경기 침체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2%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민주화 시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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