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선인장' 시리즈로 '마법의 붓질'을 부린 작가 이광호(46)가 4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10년 4월은 '이광호의 달'이었다. 당시 국제갤러리에서 연 이광호의 '터치'전은 작가를 빛으로 끌어냈다. 실제보다 더 실제같던 선인장 그림은 극사실주의 작가들까지도 놀라게 했다. 선인장의 솜털까지 완벽재현은 기본, 꿈틀꿈틀 살아 움직일 것만 같던 그림으로 초현실적인 경계까지 나아가 국내미술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림은 내게 애무의 흔적"이라며 그림과 미친 사랑에 빠진 듯한 극사실적인 그림은 "회화적 기법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재현방식을 보여줬다"는 평가와 그를 한국 대표 사실주의 작가로까지 등극시켰다.
당시 전시에서 그는 '바람이 부는 숲속 풍경'을 예고편으로 마무리됐었다.
16일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이광호의 '그림풍경'전은 온통 '숲 그림'이다. 선인장이 '숲속의 덤블'로 대치된 분위기다.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도전한 그림”이다. 우연히 발견한 제주 곶자왈에서 불현듯 도전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원시적이고 사람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복잡하게 엉킨 풍경을 화폭에 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작가는 “덤불숲에는 직선이 없다. 모든 게 서로 곡선으로 뒤엉켜 있다”며 “이 작고 사소한 것들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만지듯이 보고, 보면서 만지듯이 그린 그림'. 멀리서 보면 숲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형상이 사라진다. 붓으로 묘사하다가 판화 작업에 쓰이는 도구 등으로 긁어내는 작가 고유의 기법으로 물감이 뭉개지고 벗겨지고 남긴 그의 '애무의 흔적'들은 여전히 육감적이고 초현실적인 냄새를 풍긴다. 서로 뒤엉켜 한 덩어리를 형성하는 덤블속은 묘하게 에로틱한 느낌이 묻어난다.
전시장 1층에는 낮의 풍경을 중심으로한 대규모 3패널 회화작품을 비롯하여,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축축한 느낌의 덤불 숲, 새벽녘의 실 빛 이 들어오는 자욱한 숲의 절경 등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그림풍경'을 볼 수 있다 .
2층의 전시는 밤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검은 벽면과 조명을 통해 설치하여 실제로 작가가 경험한 심상까지 공유하게 연출했다. “같은 장소지만, 찾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날씨에 따라, 나의 그 날 심리상태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뿜어내는 숲에 매료됐다”고 했다.
▶작가 이광호=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1999년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개인전과 9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3년 서울대 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2012년 런던 사치 갤러리 갤러리, 전북도립미술관, 2011년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미술관, 2009년 프라하 프라하 비엔날레 비엔날레, 2007년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등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경기도 미술관,제주도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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