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홍콩 최대 재벌이자 조직개편으로 아시아 최고 갑부로 재등극한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실업 회장이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계속 연출해 주목된다.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 등 중국 언론은 13일 리카싱 회장이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 설립되는 회사를 영국령 케이맨 제도 법인 등록을 결정하는 등 지난 2년간 '차이나 엑소더스(탈출)'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리카싱 회장은 지난 9일 홍콩증권거래소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투자회사 청쿵실업과 항만, 통신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허치슨 왐포아를 합병하고 다시 부동산과 비부동산으로 분리, CK부동산(長地), CKH지주회사(長和) 설립을 선언했다.
이는 파격적인 조직개편으로 호평을 받으며 리 회장을 아시아 최대갑부로 재등극시켰다. 하지만 신규 설립회사 법인 등록을 중국이 아닌 영국령 케이맨 제도로 결정하면서 중국 엑소더스 논란이 불거진 것.
당시 리 회장은 "홍콩 상장기업 75%가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케이맨 제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면서 "이는 추세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중국 등 중화권 언론은 리 회장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근 리 회장이 중국 내 자산을 정리하며 중국 시장을 떠나려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기 때문이다.
리 회장은 지난 2년간 약 1000억 위안(약 17조원)에 육박하는 중국 내 부동산을 단계적으로 매각해왔다. 반면에 호주, 아일랜드, 네덜란드, 캐나다 등 해외자산 매입에 300억 홍콩달러(약 4조2000억원)를 투자해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는 리 회장이 최근 하강압력이 커진 중국 경제의 향후 전망을 비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중국 경제의 '위험 신호'라고 중국 언론은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경제의 하강압력은 계속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1로 경기 위축 및 확장 기준선에 근접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1%대를 이어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확산됐다. 중국 부동산 시장도 어렵다. 지난해 12월 중국 100대 도시 신규주택 가격도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올해에도 침체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외에 홍콩, 대만 등 중화권 매체는 리 회장이 홍콩을 떠나는 것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의 관계 악화 때문이라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리 회장과 시 주석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설은 지난 2012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시기 리 회장이 렁춘잉(梁振英) 후보(현 행정장관)가 아닌 헨리 탕(唐英年) 후보를 지지하면서 불거졌다.
대만 언론은 "리 회장의 중국 엑소더스는 시진핑 지도부의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로 홍콩 경영활동이 예전같지 않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최근 홍콩 부동산기업 순훙카이(新鴻基)그룹의 토머스 쿽(郭炳江) 회장이 최근 정경유착, 뇌물수수 등 비리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며 홍콩 기업도 '반부패' 사정바람의 예외가 될 수 없음을 확실히 보여준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