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아베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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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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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사자성어 가운데 '자기기인(自欺欺人)'이란 말이 있다.

주자의 어록을 집대성한 '주자어류'에 '남을 속이는 것 역시 자긴을 속이는 것인데, 이는 또 자신을 속이는 것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라고 하여 매사에 진실할 것을 강조한 데서 유래했다.

2007년 한국의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이기도 한 이 말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 또는 도덕 불감증 세태를 풍자하거나 망언을 경계하는 성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한 교수는 이 사자성어를 두고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라며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도 했다.

이 사자성어와 일본의 아베 총리가 연결되는 이유는 뭘까.

아베총리는 그동안 '입만 열면 망언'이란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든가 '박근혜 대통령 옆에 간신이 있다', '일본의 금융기관이 한국 기업이나 경제에 대한 지원, 협력을 끊으면 삼성도 하루 만에 무너질 수 있다'라는 말과 함께, 일제강점기와 관련해서는 '위안부가 강제 동원됐다는 증거는 없다' '고노담화의 수정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위안부 강제동원에 관한 책을 '사기꾼이 쓴 책'이라고까지 하며 비난했다.

과연 아베 총리는 진정 역사적 사실을 몰라서 그러한 망언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는 지경까지 온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억지로 고치려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잘 못됐다고 해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그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계기로, 또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반성은 커녕, 자기보다 덩치가 작은 아이를 실컷 때려주고 난 뒤 '내가 뭘 잘못했냐'며 우기는 유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 없이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언젠가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또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최소한 모르는 척 하고 있는 아베 총리가 조만간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베총리의 미국 방문 일정과 미 의회 연설 계획은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쯤 미국을 방문, 미 의회 연설대에 오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백악관이 아베 총리를 국빈 자격으로 초청을 했고, 의회 지도부가 아베 총리의 연설을 수락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아베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하게 되면 54년만에 처음이자 역대 일본 총리로는 4번째를 기록하게 된다.

미국 언론은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태평양 전쟁을 벌였던 일본으로서는 올해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라는 연대기적 의미를 크게 의식해 과거사를 정리하는 입장을 어떤 식으로든 표명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의 의회연설이 미국에만 사과하고 주변국들에 끼친 상처와 아픔은 언급하지 않는 '반쪽짜리 사과'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는 '자기기인'이 이번 미 의회에서도 재현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는 꼴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미국을 넘어 전세계가 청중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의회 내부의 목소리도 제법 크다.

무엇보다 워싱턴지역을 비롯한 미주 한인사회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를 막아야 한다며 행동에 나섰다.

우선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아베 총리의 의회연설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을 받고 난 뒤 이를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해당지역 의원들에게 보낼 계획이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도 온라인 등을 통해 동포들의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하고있다. 한인사회는 미 의회에서 아베총리가 과거사를 왜곡하는 연설을 하게 될까 우려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연설 자체를 막으려 하고 있다.

자기의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고, 사죄하지 않은채 미래 발전이니, 상호협력이니 말하는 것은 있을 숭벗다.

독일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했기에 신뢰를 얻었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력을 무기로 지난 날의 잘못을 덮으려 하고 있다. 당장은 친구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친구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반성과 사죄 엇이는 일본은 영원히 의심의 시선과 견제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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