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금융 신뢰 회복을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상시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관행적인 검사는 줄이는 대신 신상필벌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서 수석부원장은 25일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에 참석, '금융 신뢰회복을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개막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서 수석부원장은 금융에 대한 신뢰가 낮은 원인으로 △반복되는 금융위기와 금융사고 △취약한 금융 경쟁력 △금융회사의 이기적인 영업행태 △국민들의 금융에 대한 지나친 기대 등을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 수석부원장은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금융시장을 수호하고 안정시킬 것을 다짐했다.
그는 "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는 금융사고를 철저히 예방해야겠지만 사전적 규제강화와 투망식 검사, 융단 폭격식 제재를 통해서는 달성하기 어렵다"며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금융시장의 활성화 역시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국내외 금융시장에 잠재된 불안요인에 대한 상시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기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며 "내부감사 협의제도를 활성화하고, 검사와 제재를 줄여 나가되 신상필벌을 금융회사 검사와 제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또다른 역할로 금융인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꼽았다. 서 수석부원장은 "금융당국은 앞으로 코치가 아닌 심판의 역할에 충실하고, 금융회사 경영에 사사건건 간여하는 담임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천명한 바 있다"며 "배당, 이자율, 수수료 등에 대한 간여를 최소화하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경영 자율성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행태를 바로 잡을 방침이다. 서 수석부원장은 "금융회사는 회사의 이익보다는 예금자나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영문화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며 "금감원은 소비자의 권익을 경시하는 이기적·탐욕적인 영업활동에 대해 끊임없이 감시하고 엄단함으로써 시장규율을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수석부원장은 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과도한 기대나 요구에 대해서는 인내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사정을 설득하는 것도 금융 신뢰회복을 위한 당국의 역할로 꼽았다.
그는 "금융당국 스스로 개입할 일과 개입해선 안 될 일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할 일은 소홀히 하지 않되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선 개입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회사는 이익을 창출해야만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을 덜 수 있고 국민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의 신뢰회복을 위해 감독당국 뿐만 아니라 금융업계의 노력도 필요하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도 있어야 한다"며 "금감원은 이런 점을 인식해 실천하고, 금융교육 활동 등을 강화해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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