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뜨자 ‘오세훈·안철수’ 지원유세 경쟁…관악을은 ‘별들의 전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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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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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왼쪽)와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나선 정태호 후보 [사진제공=정태호 후보 캠프]


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가 ‘별들의 전쟁터’로 격상됐다.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관악을 보궐선거에 등판하면서 애초 인지도 낮은 선거판이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데다 그간 정치적 잠행을 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선거지원 경쟁을 벌이면서 판이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2일 관악을 지역에서 한때 여야의 강력한 대선주자였던 이들이 나란히 지원유세에 나서자 여의도 안팎에선 정치적 재기를 위한 ‘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7월 친환경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과 2014년 7·30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각각 사퇴한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표가 정치 복귀를 위한 ‘명분’과 ‘실익’을 만들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얘기다. 이른바 ‘디딤돌 효과’(stepping stone)다.

‘오세훈 대 안철수’ 구도가 관악을 보궐선거의 한 축을 형성함에 따라 유·불리를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非盧 안철수, 親盧 정태호 지원…오세훈도 ‘맞불’

이날 관악을 대전(大戰)의 포문은 안 전 대표가 열었다. 그는 오전 11시 신림역사거리 왕성교회를 시작으로 관악 일대를 정 후보와 함께 다니며 지원 활동을 펼쳤다. 당내 대표적인 비노(비노무현) 인사인 안 전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제공=오세훈 블로그]


지난해 7·30 재·보선 이후 ‘두문불출’하던 안 전 대표가 경쟁자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선거를 정치적 재기의 발판으로 삼자 정치권의 이목이 급속히 관악을로 쏠렸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관악을 지역은) 젊은 유권자가 많이 사는 동네”라며 “출퇴근 시간에 젊은 신혼부부와 대학생들이 많아 안 전 대표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 전 시장이 맞불을 놨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관악을 지역을 깜짝 방문했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측은 같은 날 오후 1시경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관악을에 ‘오브라더스’가 뜬다. 오세훈 관악을 깜짝 방문. 오신환 지원사격”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오 전 시장은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관악구 펭귄시장 일대를 돌면서 오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오 전 시장 지원유세와 관련해 “안 전 대표의 지원유세와 상관없는 일정”이라며 “오 전 시장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한 만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安·吳 행보에 담긴 정치적 함의는

눈여겨볼 대목은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표의 행보에 담긴 정치적 함의다. 공통 키워드는 ‘희생’이다. 이들은 ‘정동영 변수’로 새 국면을 맞게 된 관악을 지역에 헌신자의 모습을 자처, ‘선(先) 명분-후(後) 실익’을 취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유는 간단하다.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표는 한때 보수진영과 범진보진영의 차세대 스타였지만, 당내 조직력은 거의 없다. 또한 여야의 실세인 친박(친박근혜)과 친노진영에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다.

당내 반발에도 19대 총선 1년을 앞두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인 오 전 시장이나, 지난해 통합 신당 출범 이후 당 최대주주인 친노그룹과 사사건건 대립한 안 전 대표는 당 주류로부터 줄곧 배제당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야 내부에선 이들을 두고 ‘독불장군(오세훈)’, ‘외골수(안철수)’ 등의 날선 비판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몸 낮추기’ 행보가 이들의 정치 재기 발판의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분석도 이 지점과 궤을 같이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와 관련, “오 전 시장은 희생을 통해 차기 대선후보와 2030세대를 겨냥해 미래 정치의 영향력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말한 뒤 “안 전 대표 역시 이번 재·보선의 변수인 젊은 층 투표 독려와 지지층 결집 등 동기부여에 한몫한다면, 적어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쟁자로 발돋움하면서 차기 대선주자의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관악을 보궐선거에 ‘오세훈 대 안철수’ 구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느냐다. 이미 ‘박근혜(대통령) 대 문재인 대 정동영’ 구도를 형성한 상황에서 이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할 경우 일정 정도의 정치적 상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이 반감된 이들이 실제 득표율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여야 캠프의 반응은 상반됐다. 오 후보 측은 “지역 분위기는 좋다. 오 전 시장이 많이 도와주기로 했다. 지역일꾼론으로 표심을 공략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정 후보 측은 “(오세훈 대 안철수 구도는) 아닌 것 같다”며 “서민경제를 파탄 낸 박근혜 정권 경제실정 심판론이 (선거전략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안철수 변수’를 뛰어넘는 ‘문재인·박원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선거 프레임이 ‘오세훈 대 안철수’ 구도를 형성할 경우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배 본부장은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의 승리 변수는 안 될 것”이라며 “이들에게는 선거 결과보다는 각자의 이미지를 회복해 지지층의 외연을 얼마나 확장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이들의 행보에는 향후 행보에 대한 전략적 암중모색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를 바꾸고 싶은 열망 때문에 이번 선거에 나서게 됐다”며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처럼 서민과 소외계층 등 약자가 보호받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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