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장에서도 고독한 연산이었던 ‘간신’ 김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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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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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간신'에서 연산군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가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조선 제10대 왕 연산군은 1495년부터 1506년까지 11년 동안 통치했다. 두 번의 사화(士禍), 조선 최초의 반정(反正)의 주인공으로 좋지 않은 면에서 널리 알려진 군주다. 생모 윤씨가 성종의 후궁인 정씨, 엄씨의 모함으로 내쫓겨 사사(賜死)됐다는 사실을 알고 두 후궁을 직접 죽여 산야에 버린 후 폭정을 시작했다.

각도에 채홍사, 채청사 등을 파견해 미녀와 좋은 말을 구해오게 하고, 성균관의 학생들을 몰아내고 그곳을 놀이터로 삼기도 했다.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제작 수필름)은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김강우)을 쥐락펴락하려는 간신 임숭재(주지훈), 임사홍(천호진)과 희대의 요부 장녹수(차지연)의 암투를 그린 작품이다. 임숭재는 단희(임지연)와 함께 설중매(이유영)를 이용해 자신들의 권세를 떨어뜨리려는 장녹수의 계략에 맞선다.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가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지난 15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연산군을 맡아 열연을 펼친 김강우를 만났다. ‘간신’을 촬영하면서 고민이 많았다는 김강우는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말문을 열었다.

“캐릭터 자체가 강하다보니 눈에 띌 수밖에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어요. 연산만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 더 다각도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요. 제가 연기한 연산이지만, ‘운평’(채홍사가 전국 각지에서 불러들인 미녀들)의 입장에서는 공포스러웠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여성들을 살짝 밀거나 팔목만 꽉 잡아도 폭력인데, 그런 기본적인 정서들을 뭉개고 가야했죠. 그렇지 않으면 연산을 표현할 수 없으니까요. 기존 삶의 패턴을 다 버려야 했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다른 영화들처럼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게 도움이 되질 않았죠.”

김강우는 고독했을 연산을 연기하기 위해 에너지를 아껴야 했다. 매 신(scene)이 감정의 폭발을 필요로 했기 때문. 그래서 크랭크인 전에 민규동 감독과 연기에 대해 조율을 끝냈다. 촬영장에서도 민 감독과 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연산’을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구해, 휴대폰을 통해 사진을 주고 받는 정도였다. 기행을 일삼은 연산군의 행위들이 허구로 보일까봐, 과잉표현으로 보여질까봐 걱정을 했다고. 실제로 연산군의 폭력적 일상이 실록에 그대로 나와 있어 그대로 묘사했다. 김강우는 “촬영 현장에서 저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중에 ‘솔’ 정도로 시작해야만 했다”고 당시 고충을 토로했다. 그래서 일부러 집에 자주 가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감정이 흐트러질 것을 염려했다.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가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간신’에서 연산군과 그나마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채홍사 임숭재인 주지훈과 간간히 농담을 주고 받은 게 다였다. 그러나 주지훈은 몸을 만들어야하는 상황, 김강우는 살을 찌워야하는 상황이라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만큼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 부담감 때문에 더욱더 연산군에 몰입했어요. 땅을 파듯,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감정을 잡으려고 했죠. 별 영상을 다 봤어요. 히틀러가 사람들을 선동하는 영상, 연쇄살인마가 FBI에서 취조 받는 영상까지 구했죠. 연산군은 그만큼 동물적인 게 있었어요. 예전에 진돗개를 키울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저한테는 정말 순한데, 마당에 들어온 고양이를 물어 죽이는 모습을 봤을 때의 충격. 어린 사슴의 목을 물고 있는 사자, 먹이를 잡는 독사에서 이미지를 찾았어요. 또 장남감을 받은 어린이의 모습 같은 유아적인 부분도 필요했죠. 그러다 깨달은 게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연산군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내가 표현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고요. 그래서 연산군과 관련된 영화는 하나도 안 봤습니다. 어느 순간 따라할까봐요.”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가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힘들었지만 그만큼, 배우로서는 재미를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강우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 연산군이기 때문이다.

민규동 감독의 아내인 홍지영 감독과 ‘결혼전야’ 작업 후 나눈 대화에서 김강우는, 우연히 나온 ‘해보고 싶은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즉흥적으로 연산군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그만한 캐릭터가 있을까요? 중앙대에서 ‘햄릿’을 연기했을 때는 영국인이란 이질감이 없잖아 있는데 연산군은 다를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 게 ‘간신’까지 이어진 것.

김강우는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기다린다고, 노린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을 비웠을 때 어느 순간 다가오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오랜만에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아요. 당분간 왕 역할은 못하겠죠(웃음)? 못됐지만 섹시한 정치인 정도는 해보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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