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유전변이 없었다…왜 국내에서만 확산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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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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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국내로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는 없었지만 유독 높은 감염률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한국의 독특한 병실 문화, 중동보다 서늘한 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7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로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동지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유전자 염기 서열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이 2번 환자의 객담(가래)에서 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해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의 표준주 'JX869059'와 99.55%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체 염기 서열은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가진 최소 정보 단위의 순서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는 약 3만여개로 보건연구원은 2번 환자의 바이러스를 분리 배앙해 얻은 유전체 염기 서열을 국내 바이러스 학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네덜란드 의과학연구센터(EMC) 등과 연구해 결과를 발표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확산 과정에서 변이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 바이러스학 측면에서 볼 때 중동 지역과 같은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동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유사하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17일 만에 국내 메르스 확진자는 64명, 사망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중동은 물론, 유럽·미국·중국 등과 비교해 바이러스 전파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이에 대해 "중동보다 한국이 메르스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확정적 증거라고 볼수 없지만 메르스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기후보다 국내 환경이 메르스 생존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습도와 온도가 높으면 메르스 바이러스 생존력이 더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독특한 병실문화인 다인실도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인실 시스템은 감염병에 취약하다"며 "의료비 절감차원에서는 좋겠지만 면역기능이 안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병원에서 다인실을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의 전파속도를 더욱 빠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에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있다. 첫 환자가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면서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동안 정부는 그의 동선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물론, 2·3차 감염자 다수도 격리대상에서 놓쳤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는 기본적으로 사스보다 전염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전문 지식을 갖춘 역학조사관이 신중하게 판단해 의심 환자를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보건 당국이 첫 환자를 발견하지 못한 초기대응 실책을 만회하고자 현재 감염 수준에 비해 과도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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