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유라시아 친선특급을 타고 통일로 가는 여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06-29 15:0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상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이상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드넓은 눈길을 따라 철도가 어두운 터널을 뚫고 마침내 봄기운이 가득한 남쪽하늘을 만나는 영화 '닥터지바고'가 생각난다. 그날 이후 그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기차로 여행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에는 일찍이 수많은 길들이 생겼으며 그 길은 세상과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카라반들은 실크로드를 따라 비단과 보석을 비롯한 동서의 값비싼 문물들을 교역하였다. 몽골제국이 무너지고 난 다음 끊어진 동서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이 대항해시대를 열게 하였다. 그래서 길은 연결하고 소통하려는 인류의 본능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치열한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모험과 도전에 의하여 철길도 건설되었다. 화물을 가득 실은 철도망이 건설되면서 인간과 문화의 소통 방식은 급격하게 변화하였으며 시공간도 재편되었다. 철길이 발전과 문명만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제국주의와 거대자본은 이윤과 수탈을 목적으로 철길을 따라 주변부로 확장되었다. '문명'화된 제국주의 세력은 철길을 따라 군대를 앞세우고 '야만'의 토착민을 억압하고 착취하였다.

1916년 완공된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러시아 제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진출을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그 길이만큼 많은 역사를 담고 있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극동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다. 고려인들을 강제 이주시킬 때 동원되었던 것이 바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이다. 그래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우리 민족의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이 철길은 다시 막혀버렸다.

하지만 소련이 해체된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이 철길은 제한적으로 열려있다.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로 인하여 바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어진 이 길을 다시 이어 대륙으로 뻗어 나가고자 한다. 이는 자연적 경계를 대륙과 맞닿아 있는 한반도의 운명이다. 이어진 길이 평화와 번영만을 약속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굴곡의 과거를 이겨온 우리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우리는 이 길을 이어 분단과 억압을 극복하고자 한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며 한러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오는 7월 14일 서울에서 발대식을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와 북경을 각기 출발하여 이르쿠츠크에서 합류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단은 모스크바를 지나 베를린까지 달려갈 것이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열강에 의하여 분단된 한반도의 역사를 극복하고 통일된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문화 창달과 평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항로도 수로도 아닌 철도의 연결은 대량수송과 안전한 접근이라는 경쟁력을 가진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멈춘 기차가 평양을 지나 서울역까지 달리게 하는 일은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힘찬 디딤돌이 될 것이다. 단절을 넘어 연결로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세계 유수의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경제와 문화의 주축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유산으로 남아있는 단절을 극복하고 길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분단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것이다. 오늘은 분단의 현실을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가까운 미래 어느 날 서울역에 세워진 베를린까지 12,000km라고 표시된 이정표를 뒤로하고 북녘 땅을 지나 베를린까지 이 길을 따라 여행하기를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시작으로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2024_5대궁궐트레킹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