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설훈 “박근혜 대통령 ‘유승민 찍어내기’는 치명적 과오로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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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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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인터뷰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놓쳤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촉발한 민심이반의 국면전환용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했는데, 방법이 전혀 잘못됐다.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서 ‘정쟁 중단’을 선언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이 180도 거꾸로 간 것이다. (유승민 파동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치명적 과오로 남을 것이다.”

예상대로였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이자 ‘동교동계 막내’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3선·경기 부천 원미을)은 거침없었다. 거부권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유승민 찍어내기’를 시도하자 “지금은 유신시대, 힘의 시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폭풍전야’에 빠져든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원식 정치부장 겸 부국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 확보, 즉 골든타임을 실기했다”며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물론 여권 내부 장악의 실패 등으로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유승민 찍어내기’를 언급하며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원고를 그대로 나가게 한 청와대 참모진을 찍어내야 한다”며 저돌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다르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선 “절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내부에선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한을 국회법 개정안 부결이 예상되는 오는 6일 본회의 이후로 잡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감한 질문인 당내 계파 갈등에 관해 묻자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프레임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밖에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변수인 ‘천정배 신당’ △지난 1년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보낸 소회 △경색된 남북관계 △오는 13일 예정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확대를 위한 문화·의료·관광 포럼’ 등에 대해 속 시원히 답했다.

◆“朴 대통령에 직언할 참모 없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특히 ‘유승민 찍어내기’를 언급하며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원고를 그대로 나가게 한 청와대 참모진을 찍어내야 한다”며 저돌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다르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정국 파행의 원인인 ‘여여(與與) 갈등’은 대담 초반부터 핵심 주제로 등장했다. 설 의원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메르스 사태로 한층 떨어진 국정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등 정치적 이슈마다 청와대와 대립한 유 원내대표를 찍어내 당을 장악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유승민 파동’을 불렀다는 의미였다.

설 의원은 메르스 사태로 궁지에 몰렸던 박 대통령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로 ‘정쟁 중단 선언을 위한 3자 회동’을 들었다. 그는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아니라 양당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회법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수용하겠다. 대신 정쟁을 중단하자’고 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랬다면 우리 당이 안 따라갈 수가 있었겠느냐”며 “메르스 수습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우리도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국주도권을 잡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 권력암투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세간의 인식을 뒤엎은 반응을 보인 셈이다.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이 소통 정치를 보여줬다면, 지지율은 훨씬 높아지지 않았겠냐. 아마도 40%를 상회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을 가고 있다면, 참모들이 직언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참모가 없다”고 힐난했다.

◆“劉 사퇴, 의미 없는 죽음”

설 의원은 유 원내대표를 언급하며 “객관적으로 볼 때도 억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라며 “유 원내대표 입장에선 물러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사퇴한다면, 다음 공천은커녕 최소 5년간 (정치적으로) 묻혀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의 인터뷰는 박원식 정치부장 겸 부국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정리=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그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의미 없는 죽음’으로 비유했다. “죽는 것 자체가 의미 있으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의미도 없다. 자기만 죽는 꼴 아닌가.”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향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유 원내대표와 회동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설 의원은 “거부권 정국의 근본적 원인은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이다. 생전 대화를 안 하니까, 유 원내대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하루라도 빨리 속내를 터놓고 얘기를 해야 한다. 너무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과 관련해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날을 세웠다.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누가 봐도 분명히 유 원내대표를 지적한 것으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선관위원들이 공정한 분들이라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을 겨냥, “‘내가 대통령이고 정치인인데 무슨 문제냐’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할 수 있는 상황 인식을 못 하는 것이고, 무신경 내지는 (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목에서 설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을 정면으로 겨냥, “대통령이 그런 내용의 원고를 국무회의에서 읽지 않도록 막았어야 했다”며 “참모가 쓴 것이라면 당장 그만둬야 하고, (대통령이 직접 쓴 뒤 원고를 본 참모들은) 절대로 청와대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親盧·非盧, 공격 위한 프레임”

인터뷰 주제를 당내 문제로 옮겼다. 설 의원은 “친노니, 비노니 하는 것은 우리를 공격하는 위한 수단”이라며 “당내는 당권파와 비당권파만 있을 뿐이다. 이건 어느 집단에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친노의 소통 부족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갈등이 있는 정도지, 친노·비노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나는 친노도 비노도 아니다. 중립인 내가 보는 시각에선 이 구분법은 맞지 않는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설 의원은 ‘영원한 청년’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정파그룹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과 관련해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날을 세웠다.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누가 봐도 분명히 유 원내대표를 지적한 것으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선관위원들이 공정한 분들이라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논란에 대해선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사무총장의 공천기구 배제’를 내놨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며 “현재 갈등은 봉합되는 상황이며, 향후 더 이상 논란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당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우리 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다.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중산층과 중간층을 지향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이것은 DJ가 항상 말해온 것이다. DJ가 항상 역설하지 않았나. ‘정치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그 길을 갈 뿐”이라고 덧붙였다.

◆“千신당, DJ 파는 것…朴, 남북관계 물꼬 터라”

설 의원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신당 추진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DJ의 정신은 야권통합”이라며 “(결과적으로) 분열을 초래한다면, DJ 정신을 이어간다고 할 수 있느냐. 그것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 DJ 이름을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권이 새누리당을 극복하고 집권하려면, 하나가 돼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힘이 모자라는 상황이 아니냐”며 “DJ도 야권통합을 통해 거대 여당에 저항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신당 추진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DJ의 정신은 야권통합”이라며 “(결과적으로) 분열을 초래한다면, DJ 정신을 이어간다고 할 수 있느냐. 그것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 DJ 이름을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러면서 차기 총·대선 국면에서 ‘야권통합’을 이루자고 제안했다. 설 의원은 “정동영 전 상임고문과 천 의원, 정의당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도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당 해산 명령을 받은 통합진보당에 대해선 “함께 할 수 없다. 선을 그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설 의원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 박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남북관계 개선’이다. “남북관계만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힘은 점점 떨어지고 남은 2년 반의 임기 동안 무엇을 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탈출구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북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노크만 하면 민족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탈출구 마련을 위해서 남북관계를 이용하더라도, 결과만 좋다면 박수치고 도와드리겠다.”

인터뷰 말미에 지난 1년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보낸 소회를 물었다. 국회 의정활동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에 던진 질문이다. 그는 올해 본회의 출석률 100%(16회)를 기록했다. 설 의원은 “돌이켜보면 일이 많았다. 4번의 청문회,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특별법 통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당부하고 싶은 것은 교육투자다. 21세기에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는 13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리는 ‘유커 확대를 위한 문화·의료·관광 포럼’ 개최와 관련해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포럼에서 문화·의료·관광 등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대담=박원식 정치부장 겸 부국장 / 정리=최신형 기자]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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