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작가 루슈디는 제목 ‘이스트, 웨스트’의 ‘쉼표’가 바로 자기 자신과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두 세계의 간극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둘 사이를 연결하는”(테리 이글턴, ‘런던 리뷰 오브 북스’) 이 쉼표는 두 세계 사이에서 소설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루슈디의 이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루슈디는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하던 해인 1947년 인도에서 태어나, 봄베이(지금의 뭄바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동양과 서양이 완전히 뒤섞인 도시”(‘파리 리뷰’ 인터뷰)였다고 회고하는 봄베이의 풍경은 장차 그의 작품에서 주요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리고 루슈디는 열세 살에, 바로 얼마 전까지 식민 본국이었던 영국으로 건너가 유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두 세계의 충돌’을 겪었다.
이 시기에 대한 기억은 ‘이스트, 웨스트’에 수록된 자전적 작품 ‘코터’에서 유쾌하면서도 서글프게 재생된다.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바뀐 이 경험은 루슈디의 작품세계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쳤다.
‘이스트, 웨스트’는 이 지난한 도피생활의 한가운데인 1994년에 영국에서 첫 출간됐다. 작가로서 깊은 내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루슈디는 오히려 고통을 질료로 삼아 이 책을 펴냈고, 살해 위협 속에서도 특유의 익살과 날카로운 풍자를 천연덕스럽게 부려놓았다.
당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루슈디의 건재에 안도하며 ‘이스트, 웨스트’를 이렇게 칭송했다. “루슈디가 집필을 계속하는 것은 그의 적대자들뿐 아니라 추종자들에게도 도전이 된다. 편협한 사고의 희생양이 된 작가의 작품을 비판하면 광신적 행동을 돕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쁘게도 ‘이스트, 웨스트’는 이러한 걱정을 일소했다” 244쪽 | 1만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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