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개미구멍에 공든 탑도 무너진다’는 속담처럼 무심코 지나친 결점 하나가 제품은 물론, 회사의 이미지에까지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
품질에 왕도는 없다. 불량이 발생하지 않게 '처음부터 올바르게 하는 것'이 품질 문제를 예방하는 방법일 뿐이다. 현대중공업 사보 최근호에는 그룹사를 대표하는 품질 우수 사원 3명이 호주머니 속에 꼭꼭 숨겨뒀던 노하우를 공개했다.
◆일기 쓰는 마음으로 작성, 지난해 제안왕 올라
현대중공업 힘센엔진조립부에 근무하는 이제수 기장(53)은 지난해 자신이 낸 아이디어 가운데 총 1083건이 채택돼 전사 제안왕에 올랐다. 이 기장은 퇴근 전 30분간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제안서를 작성하는데, 이러한 습관은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고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끌어올리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팀원들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작업 전에는 협력회사에서 공급받은 부품이 규격에 맞게 제작됐는지 미리 확인하는데, 기준치보다 품질이 떨어지거나 부품 크기가 설계 도면과 맞지 않는 물건이 발견되면 담당자를 불러 바로 교체할 수 있도록해 품질을 지키고 있다.
이 기장은 팀원들에게 “부품도 우리가 만든 제품”이라며, 최종 생산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또한 끊임없는 확인 작업을 통해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품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늘 개선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라
현대삼호중공업 공무부에서 중장비 정비를 맡고 있는 남철희 기원(57)은 지난 2007년 개선 활동과 설비 안정화에 대한 공로로 품질명장에 선정됐다.
플라즈마 절단 장비 노후로 인한 절단면 웨이브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한 ‘y축 면 가공기’로 특허를 등록한 남 명장은 품질관리와 관련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발견하고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으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절대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남 기원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쌓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투철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더 나은 품질에 다가갈 수 있다”며 “바쁜 공정에 눈앞의 작업만 보기 쉽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품질 싸움이기 때문에 개선 활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배와 팀원들에게 ‘롤모델을 선정할 것’을 조언했다. 그의 경우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가장 먼저 품질명장의 명예를 일궈낸 이칠성 기원(대조립부)을 롤모델로 삼아 왔다고 한다. 늘 열정적으로 사는 그의 삶을 지켜보며 닮고자 노력하니 명장이라는 영광스런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롤모델을 선정해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따라가고자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위치에 도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디어에서 멈추지 않고 상용화 추진
강명훈 현대미포조선 선체설계부 과장(40)은 지난 5월 회사로부터 사상 4번째 ‘1급 개선 제안자’로 선정됐다. ‘액화에틸렌가스(LEG) 운반선 기름받이(Drip Tray) 선각화’에 관한 제안을 통해 1급 제안자 명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를 통해 품질향상은 물론, 자재 및 공수 등 연간 3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해, 1급 기준(연간 유형효과 2억6000만원)을 충족했다.
강 과장이 제안한 LEG운반선은 지난 7월말 성공리에 인도됐다. LEG선은 국제정유사포럼(OCIMF) 규정에 따라 에틸렌 액화가스의 화물창 이송시 선체 보호를 위해 매니폴드(Manifold) 주위에 5% 니켈강을 적용하고, LEG가 갑판에서 직접 떨어지지 않도록 기름받이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니켈강이 t당 3500달러로 고가인데다 외자재라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강 과장은 선체설계를 하며 선체 보호와 기름받이 기능을 동시에 충족하는 설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고, 여러 유관부서와 협의를 거듭한 끝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각화 구조물을 설치해 안전성도 보강하고, 국제정유사포럼의 규정도 충족할 수 있었다.
강 과장은 “여러 부서가 함께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인데 혼자만 부각되서 부끄럽다”며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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