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20년간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한 성실함과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가장 큰 무기죠.”
한 대기업 전자회사에서 부장까지 지내고 지난해 말 퇴직한 박 모(55)씨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시장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이같이 밝혔다.
퇴직 후 집에서 삼시세끼 챙겨먹는 ‘삼식이’는 되기 싫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선지 6개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한 그에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급여가 괜찮아 지원하면 나이가 많아 퇴짜 맞고, 눈높이를 낮춰 지원하자니 월급이 턱도 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박 씨는 “다 갖춰진 곳에서 시작하면 좋겠지만 첫 취업과 달리 퇴직 후 재취업은 선택의 폭이 좁은 것 같다”며 “기존 직장보다 부족한 곳이더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관한 ‘2015 중장년 채용한마당’에는 재취업으로 ‘인생 이모작’을 꾸리려는 1만여명 중장년층으로 북적였다. 중절모를 꾹 눌러쓴 노신사부터 한 손에는 서류가방, 또 다른 손에는 수십 장의 이력서를 들고 채용관을 동분서주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기기를 이용해 해당기업의 정보를 검색하는 40~50대도 눈에 띄었다.
올해 네 번째로 열리는 중장년층 채용박람회에는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대기업의 협력사를 포함한 180개 중소기업에서 경력직 1738명을 채용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만도의 1차 협력사인 광성정밀 손재성 부장은 “작년 박람회에서 생산관리직으로 채용한 중장년 직원의 업무성과에 크게 만족해 이번 박람회에도 나오게 됐다"며 "막연히 나이에 매몰돼 중장년 채용을 기피하기보다는 그들이 가진 능력과 경험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중장년 채용의 이점을 강조했다.
이번 채용박람회에는 기존에 마땅히 지원할만한 괜찮은 회사가 없다는 불만을 반영해 해외건설 기업관, 시간제 일자리관등 구직자 요구에 맞는 다양한 채용관을 마련했다. 이에 경력단절 50~60대 여성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참여 기업들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오늘날 퇴직자들의 재취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으로 ‘조직 융화’와 ‘전문성’을 꼽았다.
삼성전자 협력사이자 광학모듈 전문기업인 해성옵틱스 남민우 과장은 “고루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조직에 융화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며 “기존에 쌓아왔던 스펙은 둘째문제”라고 말했다.
전기·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인 신보 박중호 차장은 “기존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회사의 기업문화를 적극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며 “신입사원과 달리 경력직의 경우 여러 가지 다양한 경력보다 한 분야에 꾸준히 쌓아온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장년층 채용한마당에는 취업토탈솔루션관, 토크콘서트 등 구직자들의 취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국민은행 지점장에서 보일러기사로 재취업에 성공한 이만호씨는 “남들로부터 은행 지점장이 겨우 보일러 기능사 공부를 하냐며 비아냥 거리는 소리와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했다”면서 “오직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 변치말고 앞만보고 달려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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