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홍콩 출판업자 5명 중 한 명인 리보(李波·65)는 최근 부인에게 영상과 팩스를 보내 "나는 자발적으로 중국에 온 것"이라며 "내 이름을 내건 시위가 곤혹스럽다"고 알려왔다고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리 씨는 짙은 녹색 셔츠와 버버리 문양 조끼를 입고 소파에 앉아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개인적인 일들을 해결하러 자발적으로 중국에 왔다"며 "그 누구와도 관련 없는 나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왜 사람들이 이 일로 문젯거리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위대를 두고는 "그들이 나와 내 가족을 몹시 곤란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도 주고 있다"며 "진정 나를 생각한다면 내 선택을 존중하고 이번 일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꺼달라"고 요구했다. 영상의 녹화시간은 총 46초였다.
이에 대해 관측통들은 리보가 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영상에 담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리보는 중국에 비판적인 서적을 발행하는 코즈웨이베이 서점(퉁러완·銅鑼灣)의 주요 주주로 지난달 30일부터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리보를 포함해 퉁뤄완 서점 대주주나 직원인 5명은 지난해 10월 이후 태국과 중국 등지에서 차례로 사라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에서는 출판업자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반(反) 중국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0일 홍콩 시민 수 천 명은 홍콩 정부청사부터 중국정부 홍콩 연락판공실까지 행진하며 "오늘의 리보가 내일의 우리"라며 "홍콩 출판업자들을 놓아주라"고 거리 시위를 벌였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출판업계 관련자 500여명과 일반 대중이 "백색 테러(정치적 이유로 암살·납치 등을 벌이는 우익세력의 테러)가 두렵지 않으며 출판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실한 정보 없이 섣부른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리보의 부인은 팩스 연락을 받은 이후 실종 신고를 취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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