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김정우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가 13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당의 인재수혈에 사활을 건 문재인 더민주 대표의 여덟 번째 영입 인사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한 문 대표가 기획재정부 국고국 과장 출신의 재정 전문가인 김 교수 영입에 성공함에 따라 당의 경제행보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강원 철원 출신인 김 교수는 지난 1996년 행정고시(40회)로 공직에 입문, 20년간 기획재정부 국고국 계약제도 과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세종대 교수로 임용됐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20대 총선에서 야권 ‘험지(險地)’인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12~15대 총선 철원·화천·양구 지역에서 다섯 번(보궐선거 한차례 포함) 출마해 낙선한 김철배 더민주 강원도당 고문의 아들이다.
김 교수는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강원 북부 발전은 한반도 평화를 선도하는 정당인 더민주가 이뤄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행정과 경제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역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당 이후)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재정지출에 대한 국회 감시와 상시적 회계검사방식 등 두 가지만 이뤄져도 국가재정의 건전성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전문] 다음은 김정우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의 기자회견문
안녕하세요. 김정우입니다.
저는 강단에 서기 전에 기획재정부 국고국 등에서 공직자로서 일했습니다. 저의 관심사는 우리나라 경제입니다. 저의 전문분야는 국가재정입니다.
국가재정은 국민경제의 버팀목입니다. 국가재정전문가로서 진단컨대, 지금 우리의 버팀목인 국가재정의 위기상황입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어둠이 깔린 밤 9시라면, 국가재정은 밤11시입니다. 자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실을 숨기고, 국회는 재정위기에 무능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재정확충이 필요함은 여야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증세가 해법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성장이 해법이라고 합니다.
두 분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재정확충의 문제를 말하시기에 앞서, 국민의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깨진 독에는 물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도둑과 함께 살고 있다면, 월급이 늘어도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을 되짚어보십시오. 나라 돈이 세는 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 수십조 단위로 확대되었습니다. ‘억 소리’ 나던 재정사고의 규모가 수십조로 늘어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국가보조금의 한해 누수금액은 1조원. 이건 약과입니다. 4대강 비극으로 22조원 혈세 낭비, 자원외교 한답시고 40조원 투자에 5조원만 회수한 혈세낭비, 18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KFX)사업, 재정낭비라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참사들이 연례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재정·정부개혁·국고관리 업무를 하면서 청춘을 바쳤습니다. 저의 마지막 역할이었던 국고국 과장은 나라 곳간의 열쇠를 쥔 곳간지기입니다. 나라의 곳간 어느 구석에 새는 구멍이 어디인지, 어떤 쥐가 살고 있는지, 그 쥐들이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갉아먹는지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 돈으로 제 배를 불리는 세금도둑부터 잡아야 합니다. 곳간 안을 제대로 청소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재정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재정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치에서만 민주주의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국가재정 수입, 즉 세금은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비교적 견고하게 실행되는데, 국가재정 지출은 예산안의 예산서 한 장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예산안이 국회를 일단 통과되면, 사업집행방법, 추진체계는 행정부가 마음대로 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미국, 독일, 영국과 같이 국가 재정 지출이 국회의 감독을 받도록 국가재정법령 등을 개정하겠습니다. 국민의 대표가 국민의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겠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사후 결산심사’가 아닌 ‘상시적 회계검사방식’이 도입되도록 하겠습니다. 즉 국회가 감사원에게 ‘상시회계검사’를 요구하는 법적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낭비하고 나서 조사하는 게 아니라 낭비하지 못하게 매 단계에서 감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재정지출에 대한 국회 감시와 상시적 회계검사방식, 이 두 가지만 이뤄져도 국가재정의 건전성이 달라집니다.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위대한 경제정책은 사람에 대한 간절한 애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는 경제전문가로서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경제정책에는 물리적인 숫자와 통계를 넘어선 인간적인 통찰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민 모두가 살맛이 납니다. 서민이 살맛이 납니다. 그래야 희망이 생깁니다.
바로 사람의 경제를 구현하는 길을 찾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제 고향 철원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김철배 더불어민주당 고문입니다. 철원, 화천, 양구에서만 5번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습니다.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제가 새롭게 시작합니다. 철원의 자랑스로운 아들이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고, 이제 비전과 실력을 가지고 고향 어른신, 선후배님 앞에 설 각오를 다집니다.
철원의 발전의 토대는 평화입니다. 이것이 아버지와 제가 가진 확신입니다.
‘접경지역’이라는 말이 사라져야 합니다. ‘접경지역’이라는 말은, 그 지역을 남한의 변방으로 치부하는 말입니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접경지역으로 부르는 그곳은 기실 한반도의 중심입니다.
저는 제 고향 철원, 화천, 양구, 인제를 비롯한 휴전선 인근 지역을 ‘접경지역’이라는 용어대신 ‘한반도 평화지역’이라 부를 것을 제안합니다. 남북이 분단된 후 지금까지 70여년 가까이 소외되었던 ‘한반도 평화지역’의 종합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곳이 발전해야, 평화의 시대가 올수 있습니다. 이곳 주민이 행복해야, 분단의 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반도 평화정책과 저의 경제·행정의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남한의 변방으로 치부되던 그곳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존중될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나아가 ‘한반도평화지역 개발·지원청’의 설립을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이 자리에서 제안드립니다.
국가재정운영의 전문가로서 정책이 살아 숨 쉬는 더불어민주당, 대안이 날이 서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되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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