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센스와 빈지노, 전혀 다른 길을 가는 한국 힙합의 두 천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1-19 17: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이센스 ‘The Anecdote’ 앨범 커버]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언더 힙합 계의 유명한 크루(여러 아티스트들이 힙합을 위해 형성한 집단) I.K.(Illest Konfusion)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일명 사기 캐릭터들을 다수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SimonD, J-Tong, Swings 등의 래퍼들을 비롯해 DJ Pumkin, DJ Freekey 등 유명 DJ들도 이 크루의 멤버였다.

하지만 I.K.크루의 최대 아웃풋은 현재 한국 힙합을 양분하고 있는 빈지노(Beenzino)와 이센스(E-sense)다. 올 해 우리 나이로 나란히 30살이 된 두 명의 래퍼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사실 상 한국 힙합의 ‘투톱’으로 불린다. 한국 힙합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될 정도로 성장한 두 래퍼는 전혀 다른 인생 경로와 음악을 하고 있다.

언더 힙합에서 크게 주목 받은 뒤 SimonD와 슈프림팀을 결성해 대중 음악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이센스는 독특한 플로우와 리듬감으로 크게 주목 받았다. 이후 2009년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남자 신인상, 2010년 제25회 골든디스크 시상식 디스크부문 힙합상, 2011년 제20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힙합상 등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늘도 있었다. 그는 늘 대중성과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진짜 힙합’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선택을 했다. 2012년 2월 17일 대마초 흡연 혐의로 인해 불구속 기소돼 그 해 4월 20일 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고, 항소 없이 이를 수용했다.

이후 그는 이와 같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프로듀서 프라미어리의 앨범에 ‘독’이라는 곡으로 돌아왔고, 평단과 팬들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힙합의 미래라 불렸다, 이후 소속사 아메바컬쳐와의 갈등으로 계약을 해지하며 개코와 벌인 디스전은 ‘한국 힙합 역사에 남을 랩 대결’로 불리기도 했다.

빈지노는 2009년 프라이머리 스쿨 2집 앨범 ‘데일리 아파트먼트(Daily Apartment)‘의 전곡에 전담 래퍼로 참여하게 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비트박스 DG와 핫클립을 결성하며 활동했고, 2010년 친구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와 팀 재지팩트(Jazzyfact)로 앨범 ‘라이프스 라이크(Life's Like)’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평단과 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며 빈지노는 일약 힙합계의 스타가 됐다.

2011년에는 도끼(Dok2)와 더 콰이엇(The Quiett)이 설립한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에 입단했다고 밝히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2012년 힙합계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첫 솔로 앨범 ‘2 4 : 2 6’을 통해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이센스는 아메바컬쳐 탈퇴 후 홀로 솔로 앨범을 준비했다. 하지만 또 약이 문제였다. 2014년 11월 5일, 자신의 첫 정규 앨범으로 알려진 ‘The Anecdote’의 발매를 앞두고 또 다시 대마초 흡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가, 2015년 4월 8일에 또 다시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그의 구속 후 발표된 ‘The Anecdote’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의 음반을 기다리던 팬들을 비롯해 힙합계를 넘어 국내 음악계에 큰 파장을 가져 왔다. 자신의 어두웠던 학창시절과 음악과 관련한 내적 갈등을 바탕으로 한 가사는 단단한 ‘직구’처럼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팠고, 절제된 비트와 물 흐르듯 흐르는 랩핑·플로우는 “역시 이센스”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The Anecdote’는 지난 해 각종 매체에서 조사한 ‘비평가들이 뽑은 올해의 앨범’을 휩쓸며 작년 최고의 명반으로 인정받았다. 더불어 수감 생활 중인 이센스도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랩퍼 중 한명으로 인정받게 됐다.

끝없이 자신의 음악적 삶과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고찰했던 그는 소속사와의 갈등, 마약 등의 문제에 부딪히며 품었던 가슴속의 응어리를 무엇보다 빛나는 음악적 성과로 표출해 냈다.
 

[사진=빈지노 ‘We Are Going To’ 앨범 커버]

반면 빈지노의 삶은 ‘밝음’의 연속이다.첫 솔로 앨범 이후 각종 피처링에 참여하며 승승장구한 그는 디스전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있다.

DJ PeeJay와 뭉친 후 지난 2014년 발표한 미니앨범 ‘Up All Night EP’는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개인적 경험과 예술적 고뇌를 가급적 긍정적이고 부드럽게 가사로 풀어냈다. 더군다나 힙합에 팝적인 요소를 가미해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잡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정규 2집을 앨범을 위해 ‘어쩌라고(So What)’, ‘Break’, ‘We Are Going To’를 차례로 발표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의 음악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는 즐거움이 묻어난다. 친구이자 음악적 파트너인 DJ PeeJay의 첫 솔로 앨범에 수록된 ‘I Get Lifted’와 자신의 싱글 곡 ‘We Are Going To’에서는 즐겁게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젊음을 마음껏 표출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아름다운 여자 친구와의 열애 사실도 밝힌 빈지노는 앞으로 얼마간은 삶의 밝은 부분을 음악으로 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천재가 만들어내는 뛰어난 퀄리티의 상반된 두 음악을 듣는 건 대중에게 축복일지도 모른다. 다만 지나친 어둠으로 들어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센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대중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건 모든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가 돌아오는 시점에 한국 힙합의 진정한 양강 구도가 완성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