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정문술 “미래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미래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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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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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32)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사진=한국과학기술원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97년 어느 날,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에게 한 부서 과장이 개인면담을 신청했다. 업무상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앉아 들어보니 재미있는 사연이었다. 아들이 학교에서 숙제를 받아왔는데 아버지가 다니는 사훈을 적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과장 아들의 숙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만든 것이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창조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이었다. 이후부터 미래산업은 회사를 상징하는 대외용 카피로 사용하고 있다.

‘벤처대부’로 불리는 정 창업자는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공무원으로 18년간 근무하다가 1980년 5월 신군부에 의해 강제해직을 당했다.

당시 나이 마흔 셋, 갑작스런 해직 통보에 충격 상태였던 정 창업자는 지인의 소개로 풍전기공이라는 회사에 퇴직금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한 뒤 공장을 인수, 기업가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금형사업은 초보 사업가가 하기엔 너무 어려웠다. 특히 하청업체라는 한계 때문에 발주처인 대기업으로부터 배신만 당하고, 1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로 정 창업자는 2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반도체 사업을 하기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가 갖고 있던 호기심에 첨단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참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아이템을 정한 그는 사명도 직접 짓기로 하고 고민하다, 신문에서 우연히 접한 ‘미래산업’을 발견하고 이를 회사명으로 결정했다. 정 창업자는 “단순하면서도 진취적인 이름이었다.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이미지와도 너무 일치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1983년 2월 정 창업자를 포함 여섯 명으로 시작한 미래산업은 첫 작품 ‘리드 프레임 매거진’이라는 장비를 개발하며 성공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두번째로 도전한 ‘무인 웨이퍼 검사장비’ 개발에 4년간 18억원이라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투입했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니 기술자가 육안으로 검사하는 것보다 느렸다.

이 실패로 미래산업은 파산 직전에까지 이른다. 정 창업자가 가족에게 동반자살을 말하자 모두가 동의했던 게 이 때다. 청계산에 홀로 올라가 자살을 눈 앞에 둔 상황. 정 창업자는 최악의 상황에서 희망을 봤다. ‘무조건 잃은 게 아니다. 실패는 했지만 기술은 남아있다. 기술수준이 한단계 낮은 제품을 개발하면 된다.’

다시 회사로 출근한 정 창업자와 직원들은 ‘핸들러’라는 설비를 개발하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 끝에 최초의 회사 고유모델인 ‘MR-3000’을 개발했다. MR-3000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미래산업은 고객사의 제안으로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국산화를 추진 ‘MR-5000’을 탄생시켰다.

이후 미래산업은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로 입지를 다져나갔다.

정 창업자가 마흔 셋 이후 겪은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배경은 끊임없이 미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미래를 위해 살았다.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만큼이나 뒤를 돌아보며 대견해하는 것은 부질없다. 내가 겪었던 실패도, 내가 경험했던 성공도, 사실은 기업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맛보았을 흔하디 흔한 것이다. 다만 내게 유별난 것이 있다면 지독한 미래지향성이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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