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은행은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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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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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연초부터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중국경제는 2015년 경제성장률이 1990년 이후 최저인 6.9%에 그치며 바오치 시대(7%대 성장률 유지)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주가급락은 중국의 역외시장인 홍콩을 거쳐 세계 경제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 중이다.

새해 첫달 부터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언급한 바 있는 소위 ‘칵테일형 위기(Cocktail Threat)’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칵테일형 위기란, 지난해 말부터 지속돼왔던 신흥국 경제 위기에 이어 중국발 경기 둔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금리인상, 유가 및 원자재가격 급락 등 다양한 리스크가 한번에 몰려오는 상황을 칵테일에 비유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은행산업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내부 사정은 어떠한가. 저성장과 저금리, 고령화 등으로 상징되는 뉴노멀시대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모습이 아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문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맥킨지는 현재 은행 고객의 상당수가 10년 내에 핀테크 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은 매출의 40%, 이익의 60%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Uber)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기존 택시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 핀테크 기업들이 앞으로 은행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와의 통신'의 저자이며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는 그의 저서 ‘은행업이 죽는 날(The Day of Banking Industry Died)’에서 2037년까지 미국의 대형은행 대부분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따름이다. 금융 플랫폼의 변화에 은행들이 가만히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이나 기업대출 등을 핀테크 기업들이 수행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은행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 또한 명확하다 할 것이다. 금융거래 채널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인증-채널-상품판매에 이르는 금융플랫폼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의 변화속도는 여전히 굼뜬 실정이다. 기존 오프라인 위주의 조직 및 인력구조를 쉽게 바꾸기가 어려운 현실적 여건 때문이다. 과연 앞으로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은행산업이 IT기업 등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올해 국내 은행들의 경영전략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화두는 ‘리스크 관리’와 ‘경영혁신’으로 모아지는 것 같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과 함께 안팎의 도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에 대부분의 은행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국내 은행도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 금융플랫폼의 변화를 선도하고 IT기업과의 제휴와 협력, 그리고 M&A 등을 통한 핀테크 기술의 접목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오프라인 위주의 영업채널도 미래 성장 동력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화도 중장기 플랜을 가지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

성과와 보상, 그리고 인사 및 승진 등과의 연계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도 적극 나설 때다. 그리고 모든 은행이 똑같은 붕어빵 같은 영업방식도 남보다 잘하는 부문에 보다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변화가 불가피 하다면 차라리 변화를 선도하라. 그리고 그 변화를 즐겨라. 어찌 되었든 결국 승자는 변화에 대한 의지와 속도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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