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고의 엔지니어입니다.”(이현순 두산그룹 부회장)
“제 인생을 이끌어준 멘토입니다.”(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이현순 두산그룹 부회장과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의 남다른 인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다.
이들이 두산그룹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은 2012년 4월부터다. 앞서 2011년 7월 이 부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자문으로 영입됐고, 뒤이어 손 사장이 기술본부 사장으로 왔다.
당시 두 사람의 두산행(行)을 두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공식적인 기록으로만 보면 두 사람간 연결고리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1950년생으로 서울대를, 손 사장은 1958년생으로 한양대를 각각 졸업했다.
두산에 합류하기 전 몸담았던 직장도 서로 달랐다. 이 부회장은 현대차에서 남양연구소장, 파워트레인연구소장, 연구개발총괄본부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손 사장은 경쟁사인 한국GM(옛 대우차)에서 기술연구소장과 기술개발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그런데, 손 사장의 드러나지 않은 이력에는 현대차 근무 경력이 있었다. 1985년초 서울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현대차 마북리 연구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손 사장의 직속상관이 연구위원이었던 이 부회장이었던 것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부회장으로부터 업무 관련 자문을 받았던 손 사장은 1989년 대우자동차로 회사를 옮기면서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회사가 달라진 후에도 두 사람은 관계를 이어갔다. 자동차 연구개발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친 손 사장이 비록 경쟁사였지만 같은 업종, 같은 분야의 선배 격인 이 부회장을 찾아간 것. 이 부회장도 손 사장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편, 후배인 손 사장으로부터도 많은 경험을 배웠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연구개발(R&D)분야 전문가로서 미국, 일본,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서로 힘을 합쳐야 된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열정이 통했던 것이다.
이들의 우정은 두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두산그룹에 손 사장을 추천한 이도 이 부회장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난항에 빠져있던 순수 국산 전차인 K2의 심장인 파워팩(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제품)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1500마력의 파워팩 생산기술은 독일만 보유하고 있고 기술이전을 거부했다. 하지만 파워팩은 K2, 더 나아가 한국 방위산업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였다. 마침내 두 사람은 파워팩 국산화에 성공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제품을 올 하반기부터 양산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 분은 현재 두산타워내 같은 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일주일에 30분은 만나서 현안을 논의할 만큼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면서 “엔지니어이자 기업가로서 최고의 파트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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