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안보문제를 들어 구글이 위성으로 노출시킨 청와대 사진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구글은 해외에선 이미 청와대가 노출된 위성 사진이 버젓이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는 규제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와 구글이 위성에 노출된 청와대 사진을 두고 다투는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구글맵(Google Maps) 서비스 때문이다.
구글이 2005년에 처음 선보인 구글맵은 2008년에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됐다. 구글맵은 계속된 업데이트를 거쳐 이제는 '도보 길찾기', '실시간 교통상황', '내비게이션' 등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기능들이 속속 추가됐지만, 한국에선 규제에 가로 막혀 이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08년과 2011년에 각각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했으나 모두 승인이 불허됐다. 구글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지도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 정부가 지적하는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불허 사유로 든 안보문제에 대해 구글 측은 "구글만 청와대의 위성 영상을 한국 정부의 요구대로 수정해도 여전히 다른 위성 영상 업체들이 해당 영상을 판매하고 있어 얼마든지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며 "지금은 전 세계 사용자들이 한국의 주요 보안시설을 선명한 위성 사진으로 열람할 수 있는데, 한국 내에서 한국인들만 영상을 볼 수 없게 검열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구글이 해외 위성 영상에서 군사보호시설과 청와대를 삭제하면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해주겠다고 하고 있는데도 안하고 있다"며 "상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구글의 내부 정책과 안보 측면에서 접근하는 정부의 견해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이 중국도 지도 데이터 해외반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잠시 허용했을 뿐, 지금은 다시 닫아 놓은 상태"라고 반박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문제에 대한 중재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3월 최재유 차관이 주재한 '제6차 ICT 정책 해우소'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규제내용이 부정확하게 알려져 있는 부분을 설명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범준 구글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은 전 세계에서 제공하는 혁신적인 지도 기반 서비스를 한국에도 제공하고 싶다"며 "이는 구글 지도 데이터 API를 활용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