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유역이 백제 땅이었을 때 서로 사랑하는 음소(音召)와 음월(音月)이 살고 있었다. 세력을 넓힌 신라가 백제를 위협하자 음소도 전장으로 나가게 됐다. 청년은 여인에게 "동산에 둥근달이 깃발처럼 떠오르면 백제가 이긴 것이니 자신을 기다리고, 칠흑 같은 밤이 되면 싸움에 진 것이니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라"는 말을 건넸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동산에는 손톱 만큼이나 작은 조각달이 떠오르기 시작하다가 이내 커다란 보름달로 됐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먹구름이 몰려와 캄캄한 밤으로 변했고, 절망에 찬 음월은 산 위로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 구름이 걷히고 다시 커다란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밤새 먼 길을 달려온 음소가 도착했으나 여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청년은 "이제 끝이다. 거친 세상 끝이구나"라고 말했다. 고(古)는 이두음으로 사용할 때 '거칠다', '끝났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바로 음월이의 목숨이 끝났다는 뜻이다. 이것이 고음월(古音月)이란 말의 어원이 됐다고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