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업가는 선택과 판단을 한다. 판단을 내리는 과정은 신중해야 하지만 한 번 결단이 서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한 회사 차원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한 동향과 미래 전망은 항상 판단의 제일 밑바탕이 돼야 한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이렇게 밝혔다. 2012년 10월 경상남도 창녕군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강 회장은 “2018년까지 총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지속적인 증설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임금 등 투자여건 악화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거액을 국내에 투자키로 한 강 회장의 결단은 한국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투자액은 당시 회사 매출액보다도 많은 돈이었다. 넥센타이어는 지속적인 증설 공사를 추진,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창녕 신공장은 2004년 삼성의 아산 탕정산업단지 조성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국내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공사였다. 특히 1995년 현대자동차의 전주 공장, 1997년 한국타이어의 금산 공장 이후 자동차와 타이어 부문에선 10년 넘게 규모가 큰 생산시설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강 회장은 “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방법이 일시적으로 저렴한 땅값과 인건비의 덕을 볼 수는 있지만 긴 안목의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선 단연 국내 생산이 유리하다”면서 “또한 앞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품질과 가격경쟁력,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의 가치는 단순한 수치만 갖고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국내 제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1939년 경상남도 마산시 성호동에서 부농의 자식으로 태어난 강 회장은 하지만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농지개혁으로 가세까지 기울면서 고교시절과 대학시절 학비를 스스로 벌면서 배웠다. 법관을 꿈꿨지만 집안사정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사업에 투신한다.
1967년 화물운수회사인 옥정산업을 설립, 일본과 미국에서 폐차 직전 단계의 중고차를 들여와 수리해 판매하며 재생타이어도 생산했던 그는 1973년 흥아타이어공업을 세워 본격적인 타이어 사업을 시작했다. 1994년에는 당시 최연소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강 회장이 타이어 사업을 키워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우성타이어 인수였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사태의 여파로 우성그룹이 부도나면서 계열사였던 우성타이어도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매물로 나왔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무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 강 회장은 참여를 선언했다. 그는 “우성타이어를 살펴보니, 한때 미쉐린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었는데, 미쉐린의 우수한 기술이 많이 전수된 상태였다. 우성타이어가 회사는 어려워졌지만 기술도 잘 보존돼 있었고, 우수한 사원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해 참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인수 성공 후 강 회장은 흥아타이어와 우성타이어를 합병해 사명을 지금의 넥센타이어로 바꿨다. 이름을 바꾼 지 10년 만에 넥센타이어는 연매출액 2000억 원대에서 1조 원대로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자동차 업계는 강 회장에게 ‘타이어 강(Tire Kang)’이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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