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전세계적으로 소유 개념이 아니라 서로 빌려 쓰는 방식의 '공유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초 급성장하는 공유경제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각종 규제, 기존 사업자 반발,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등 다양한 걸림돌 탓에 피부로 와 닿는 공유경제는 아직 멀기만 하다.
당연히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공유경제 '스타기업'도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가 공유경제 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지 반년이 지났지만, 이후 별다른 세부 대책이나 추진 현황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선 공유경제가 시장경제를 넘어서는 상황까지 나오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 지난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트업 형태로 숙박시설 공유를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호텔 등 기존 숙박업계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현재 191개국 3만5000여개 도시에 200만개의 객실을 확보, 지난해 4000만명이 공유 주택을 숙박시설로 이용했다.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3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3조2550억원에 달한다.
차량운송 서비스 업체 우버 역시 기업가치가 급등하며 세계 스타트업 중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로 눈을 돌리면 공유경제가 활성화됐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공유경제의 신산업 육성이라는 거창한 정책을 발표했지만, 규제의 벽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월 공유경제를 제도권으로 끌어오겠다는 신산업 육성 방안을 내놨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는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공유숙박업' 규정을 신설해 제도권 영역으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부산·강원·제주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 규제프리존을 설정, 공유숙박업을 시범도입하고 추후 '숙박업법'을 제정해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버 등 차량공유업체에 경찰청의 면허정보를 제공해 운전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하고, 공영주차장 이용도 허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공유경제 육성 방안에 대해 환영하고 나섰지만, 실제 규제의 벽은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어떤 규제를 받을지 모르는 위험은 여전하다"며 "최근 미국, 중국 등 각국에선 공유경제를 대표할 만한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그런 업체가 없는 것이 (공유경제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의 안정성이나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시장조사전문기업이 공유경제 모델인 카쉐어링 이용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해당 서비스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이용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은 '내 차가 아니라서 불안하다'(32.5%),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21.1%)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전문가는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는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실제 공유경제 활성화의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그려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시장과 동반 성장을 위한 논의,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대비, 정부의 강력한 의지 등이 있어야 공유경제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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