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2011년 아이돌 그룹 B1A4의 리더로 연예계에 정식 데뷔한 진영은 2013년 ‘우와한 녀’를 시작으로 연기자로서도 한 걸음씩 내디디며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쌓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만나 극중 꽃선비 김윤성으로 완벽하게 변신하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바쁜 촬영을 끝내고도 한숨 돌릴 틈 없이 곧바로 B1A4 컴백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는 진영은 잠을 자기에도 모자른 시간에도, 자신의 연기를 사랑해준 팬들을 위해 바쁜 스케줄을 쪼개 기자들을 만났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Sweet Girl’ 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만났음에도, 진영은 반가운 얼굴로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라며 기자를 반겼다. 그리고는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 걱정을 했었어요. 사극은 처음이고 게다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옷도 낯설고, 말투도 낯설어서 너무 걱정을 많이 했던 드라마에요. 그래서 부담감이 많이 있었죠. 그래도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리딩을 많이 하면서 도와주셨어요. 그렇게 점차 부담감을 덜면서 연기를 하다 보니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죠.”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한 진영은 극중에서 꽃선비 김윤성을 연기하며 그의 평생에 단 한 명인 여인 홍라온(김유정 분)을 조건없이 사랑하는 조선판 키다리 아저씨로 분했다. 그의 연기를 지켜본 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그의 눈빛에 한 번 녹았고, 그의 달콤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대사로 두 번 녹았다. 그리고 20%가 넘는 시청률과 함께 그의 인기 역시 높아졌다.
“처음부터 작품에 대한 느낌이 좋았어요.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요. 더불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분들이고 감독님께서도 너무 좋으셨어요. 같이 대본 리딩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재밌더라고요.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이영(박보검 분)과 홍라온(김유정 분)의 사랑이 이어지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지만, 유독 진영(김윤성 역)만은 죽음을 맞으며 비극적으로 끝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저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다들 갑작스럽게 제가 죽었다고 말씀 하시는데, 윤성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고 배려하는 모습 자체가 윤성이잖아요.”
진짜 조선판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캐릭터 김윤성을 연기한 진영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이라고 우문했다. 그러자 진영은 “저는 살려고 했을 거에요.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으면 오래 봐야 하는데 죽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드라마라서 그렇지 사실 둘 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라면 최대한 살려고 노력했겠죠”라고 웃으며 현답했다.
실제 진영 역시 사랑할 때는 모든걸 다 버릴 만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란다.
“사랑할 때만큼은 윤성이처럼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땐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걸려고 했을 것 같아요.”
진영은 ‘우와한 녀’부터 영화 ‘수상한 그녀’,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 ‘맨도롱 또똣’ 등의 작품을 통해 늘 짝사랑만 하는 남자를 연기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국민 짝사랑남’이라는 웃픈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언젠가는 사랑이 이뤄지는 연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짝사랑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웃음) 짠한 모습도 여운이 남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제가 했던 캐릭터들은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하하하.”
진영은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김유정-곽동연 중 가장 맏형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형이라고 생각하고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런 유연함이 지금의 진영을 있게 했다.
“연기를 하기 전에는 동생들과 말도 잘 통하고 공감대도 비슷하다보니 시너지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잘 통하고 제가 든든한 오빠, 형이라고 하지만 사실 제게 그 친구들이 너무 든든했어요. 저보다 연기로 선배잖아요. 실제로 연기할 때도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기에 대해 해준 이야기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기도 해요.”
2013년 ‘우와한 녀’ 이후 불과 3~4년만에 주연 자리를 꿰찬 그다. 어릴적 무작정 연예인이 하고 싶어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상경했다.
“실감이 안나요 어릴 때 연기가 하고 싶어서 서울을 많이 왔다갔다 했어요. 제가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지나가는 단역도 많이 해봤어요. 그때도 단역이었지만 너무 행복했거든요. 촬영장도 신기하고 그땐 연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그때 연기가 더 좋아졌던 것 같아요. 조금씩 작품을 하면서 큰 드라마를 나가게 됐는데, 가끔은 TV를 보면서 ‘저기 안에 내가 맞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요. 늘 꿈꿔오기만 했었으니까요. 행복해요.”
늘 꿈꿔왔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금, 부담감보다는 오히려 배짱이 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볼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작품에 임했어요. ‘아 그래, 더 많은 분들이 보시니까 제대로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이요.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짝사랑만 하는 연기 말고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악역이라든가 정말 특이한 캐릭터라든가요. 소시오패스 연기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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