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시설물관리시스템' 구멍 뚫렸다…국민 안전 눈감아

시스템 등재 누락으로 안전점검 부실·중대결함 장기간 방치 등 지적

지난 2월 경남 김해시의 한 산업단지 옹벽 일부가 무너지면서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감사원 조사결과, 해당 옹벽은 FMS에 등재되지 않은 시설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정부의 '시설물정보관리종합시스템(FMS)'을 통한 국가 시설물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스템 등재 누락과 중대결함 방치 등 각종 문제가 확인되면서 대형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감사원의 '국가 주요기반시설 안전 및 관리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관리공단이 구축해 운영하는 FMS에서는 △시스템 등재 누락에 따른 안전점검 부실 △중대결함 보고에도 장기간 방치 △설계도서 관리 미흡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FMS란 국가 시설물의 안전 확보와 효율적인 유지 관리 등을 위해 설계·시공·감리 등 시설물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통합 관리·공유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국토부는 지자체 등 관리주체가 수립해 FMS에 제출한 안전 및 유지관리계획의 이행실태를 확인하고 안전점검 등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며, 사용중지 등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결과, 최근 붕괴사고가 빈번한 대형 옹벽과 사고 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하천시설 등이 FMS에 제대로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남 김해시 소재 4개 산업단지 내 대형 옹벽 총 26개소 중 올해 2월 붕괴사고(3명 사망, 1명 부상)가 발생한 대형 옹벽을 포함해 22개소(84%)는 FMS에 등재되지 않은 시설물이었다. 

또 고리원자력발전소 등 4개 원자력발전소에 건설된 3개의 대형 옹벽은 물론, 지난해 2월 붕괴돼 차량 30여대가 매몰된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옹벽, 금강수계와 낙동강수계에 설치된 수문 가운데 70%(1030개) 역시 FMS에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FMS 미등재 시설물은 안전관리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안전점검도 이뤄지지 않음에도 국토부는 해당 실태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국토부는 FMS 등재 시설물 중 정밀안전진단 등을 통해 중대결함이 드러난 시설물에 대해 적기에 보수 및 보강하도록 지도·감독해야 하나, 대전과 대구 등의 일부 중대결함 시설물이 최대 11년간 방치될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결함 시설물이 시설물안전법에서 정한 기한 내 보수·보강되고 있는 지 등을 FMS를 통해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장기간 방치하고 있는 관리주체에게 이행 및 시정명령을 내릴 의무가 있음에도 눈을 감고 있던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전국에 준공된 설계도서 제출대상 시설물 총 6만863개 중 6%(3733개)의 설계도서가 FMS에 정상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도서 미제출 시설물은 안전성 평가와 적절한 보수·보강 방안 마련이 어렵고 안전사고 발생 시 인명구조와 사고원인 파악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국가 시설물 안전관리가 FMS의 여러 문제로 대형 사고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자 국토부는 "FMS에 누락된 시설물을 일제 조사하고 중대결함 시설물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뒤늦게 답했다.

이명구 을지대 보건산업안전학과 교수는 "원자력발전소 옹벽과 금강수계 수문 등이 FMS에 등재되지 않은 것과 중대결함 시설물을 장기간 방치한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야말로 정부가 시설물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키운 셈"이라면서 "빅데이터를 구축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나. 지금이라도 정상적인 FMS 등록 및 관리를 위해 지자체 교육과 점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