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IT 업계의 거물 빌 게이츠가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또다시 큰 걸음을 떼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을 비롯해 조프 베조스 아마존 CEO, 마윈 알리바바 대표 등 세계 유수의 등 IT 경영자들과 함께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총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탈(VC)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 개발왕 트럼프의 시대…석유기업들 득세
빌 게이츠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번에 신설될 펀드 'BEV'는 자신이 이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를 통해 기후변화 대책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기술개발에 나서는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청정 에너지에 대한 빌 게이츠의 관심과 투자는 오래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시대라는 거대 변수를 만났다는 점에서 이번 펀드 조성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원에너지 정책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인다. 오바마 정권 하에서 EPA가 추진해 온 석유·가스 개발 등을 둘러싼 환경 규제에 이의를 제기한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을 환경보호청(EPA) 청장 자리에 앉았다.
프루이트의 지명에는 '에너지 왕'이라고 불리는 헤롤드 햄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부 장관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해롤드 햄은 지난 10년 간 미국에서 이어진 셰일오일 및 셰일가스 시추 사업 호황기를 거치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는 석유와 가스시추의 환경규제 완화와 파이프라인 정비 등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유지와 천연자원을 관리하는 내부장관 자리에는 케이시 맥모리스 로저스 하원의원이 올라갔다. 맥모리스 의원 역시 화석연료 생산확대 찬성론자다. 미국 에너지 산업의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장관에는 미국 대형 석유회사인 엑손 모빌의 렉스 틸러슨 CEO이 거론되면서 트럼프 정권 하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기세는 더욱 등등해질 것으로 보인다.
◆ 빌게이츠 "혁신에 대한 투자는 합리적…트럼프 시대 장애물 안돼"
이같은 화석연료 연대가 다음 행정부를 장악했지만, 빌 게이츠는 기술 펀드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 IT 전문매체인 리코드는 전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혁신적인 결과물을 오히려 정치권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는 일자리 창출, 리더십 강화 등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안보의 관점에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지원에 대해서는 선택적인 문제라는 태도를 보였다. 빌 게이츠는 "에너지 시장을 넓게보고 국회가 혁신에 투자하는 예산을 내놓고, 정부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을 것이다"면서도 "물론 기술 벤처 펀드 스스로도 대안을 찾을 수 있으며, 정부의 지원은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되는 요소일뿐이다"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또 최근 트럼프 당선이의 통화에서 '혁신'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서, 교육, 제약 등에 있어서 혁신이 이뤄낸 진보와 에너지 분야에서의 혁신에 대해 생각을 나눴다고 밝혔다.
리코드와의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가 가장 강조한 것은 녹색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단순히 환경보호를 위한 것이 아닌 경제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태양광과 같은 혁신은 비용 측면 뿐만아니라, 에너지 부족 현상에 대해서도 대안이 될 수있다"면서 "향후 5년간 10년간은 투자자를 모으기 힘들 수 있지만,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는 앞을 내다볼 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투자"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개발 논리가 향후 행정부의 주요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빌 게이츠 주도의 녹색 에너지 펀드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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