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그동안 금융결제원은 소액결제 분야에서 지배적 역할을 해왔으나 각종 간편결제 시스템이 나오면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결제원이 어떻게 변화하고 대처해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흥모 금융결제원장은 핀테크 기술 발달로 새로운 지급결제 시스템이 출시되고 블록체인 등으로 인해 기존 지급결제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에 대해 "격랑 속에 있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이 원장은 2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급결제 시장이 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변하고 대처해야 하는지가 굉장히 큰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 지급결제 시장은 대 격변기
그는 지급결제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분산화'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금융결제원이 지급결제 분야에 있어 중앙시스템으로서 중개하는 역할을 했으나 최근에는 이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그동안 금융결제원은 소액결제 시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지급결제가 다자 간으로 이뤄지는 만큼 1대 1 매칭을 위해 금융결제원이 허브로서 중개하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최근 새로운 형식의 지급결제 시스템이 나타나면서 금융결제원의 역할에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중앙 집중적 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지급결제 시스템이 나오고 있다"며 "모든 결제가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중개 역할의 중요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원장은 "현재로서는 금융결제원에 뭔가 문제가 있어 개선해야 한다기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롭게 적응하고 진화하는 것을 과제로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청사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이런 변화들이 나타난 만큼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블록체인 등장으로 큰 변화 생길 것
이 원장은 블록체인 역시 기존 금융결제원의 역할과 반대되는 특성을 띄고 있어 역할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은 분산관리 시스템이 핵심"이라며 "지금까지 모든 정보는 금융결제원에 집중됐으나 블록체인은 결제정보 등의 분산이 핵심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변화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핀테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금융환경이 펼쳐진 것과 관련해 이 원장은 국내 금융사뿐만 아니라 기관들이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원장은 "핀테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 이제 2~3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영국, 중국에 비해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국가들의 경우 핀테크가 급격히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핀테크 수준을 평가할 때 구축돼 있는 지급결제시스템, 결제관행 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은 인터넷뱅킹 시스템이 한국보다 덜 갖춰져 있었고 지역 간 거리도 멀어 자연스럽게 핀테크가 발달할 수 있는 토양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잘 발달된 인터넷 및 모바일 환경을 토대로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생체 인증과 공인인증서 병행되어야
핀테크 발달로 금융권에도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시행되면서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각 금융사마다 지문이나 홍채 등의 생체 정보를 본인 인증에 적용하면서 기존 공인인증서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당분간 생체 인증과 공인인증서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생체 인증과 같은 새로운 인증 수단이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새로운 인증 수단의 보안성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인인증서와 병행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인인증서와 새로운 인증 수단이 상호 배타적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로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인인증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인증 수단으로 한국이 세계 1위의 전자정부를 구현하고 인터넷뱅킹 이용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발급절차가 복잡하고 공인인증서 이용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등의 불편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흥모 금융결제원장>
▲1956년 ▲서울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경제학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선임조사역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수석부국장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 ▲한국은행 해외조사실장 ▲한국은행 발권국장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은행 경영개선 태스크포스 총괄팀장 ▲한국은행 부총재보 ▲금융결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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