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난해 10월 JTBC가 단독 보도한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보도에 대해 심의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9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방심위는 종합편성채널 JTBC가 작년 10월 19일 방송한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보도에 대해, 계속된 민원으로 이르면 이달 내에 심의에 나서기로 최종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가 이 보도에 대해 뒤늦게 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데는 박사모 등 친박단체의 압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친박단체는 지난달 17일부터 방심위가 입주해 있는 방송회관 1층 로비를 무단 점거하고, 태블릿PC의 조작보도를 주장하며 심의를 요구해왔다. 이 보도로 국정농단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며 최순실 게이트의 단초가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방심위 해체", "박효종 방심위원장 사퇴" 등을 구호로 내거는 한편 방심위 일선 부서마다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민원을 제기해 사실상 업무를 마비 시켰다. 현재는 건물 로비에서 나와 앞마당에서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박효종 방심위원장은 친박단체의 농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달 23일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과 면담에 나서기도 했으나, 되레 이들로부터 공격만 받고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진다.
태블릿PC 보도가 안건으로 상정됨에 따라, 주 1회 열리는 소위원회의 정기회의에서 심의가 이르면 이달 내 이뤄질 전망이다. 사안에 따라 특별자문위원회를 거치는 만큼 이 단계를 사전에 밟을 가능성도 있다. 소위원회에서는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등의 결정을 내리고, 추후 방심위원장을 포함한 9인의 심의위원이 참석하는 전체회의를 거칠 수도 있다. 심의 결과까지 통상 6개월이 걸려 탄핵정국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에서 태블릿PC에 대해 "최순실씨의 것이 맞다"고 밝힌 만큼, 심의 자체만으로도 이에 반하는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사모 등 친박 보수단체를 비롯한 여론에 떠밀려 보여주기식 심의라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심의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도 우려된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숫한 민원을 기각하기 일쑤였던 방심위가 이번 사안을 받아들인데에는 힘의 논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엄중한 심의가 뒤따라야 하지만 아쉽게도 방심위에는 수사권이 없다. 어설픈 행정지도 등에 나설 경우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심의를 결정할 만큼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태블릿PC 보도 심의와 관련해 방심위 관계자는 "방송 소위에 안건 상정과 관련한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소위 개최 하루 전에 알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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