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 [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배우 도지한은 유난스럽지 않다. 그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함이 녹아있다. 지난 2009년 KBS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로 데뷔한 그의 연기는 특별하지 않은 시작이었다.
“사실 뚜렷하고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저 어렸을 때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영화를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득 연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연기를 꼭 해야겠다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뭔가를 해봐야겠다, 재미있겠다, 이런 생각이 있었죠. 그래서 막막함이나 걱정보다는 하고 시단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원래는 부모님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어요. 그냥 공부나 하라고 하셨죠. 그러다 아버지가 지인 분을 통해서 현재의 대표님을 소개 받으셨고, 저와 대표님을 함께 만났어요. 그때 아버지께서 ‘대표님이 배우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면 접어라’고 하셨죠. 알겠다고 하고 서울을 올라왔는데 대표님께서 저를 데려 가보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길로 연기자가 됐습니다.(웃음)”
우연의 시작이었지만 사실 연기를 시작하고 8년이란 시간동안 도지한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저 꾸준하고 묵묵하게 연기자의 길을 걸었을 뿐이다.
“그래도 꾸준히 하나하나 잘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드라마나 영화들이 잘되고 그랬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것들이 제 자신에 대한 밑거름이 됐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니까요.”
연기를 놓아버리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없었다.
“적성에 안 맞는단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다는 게 재밌어요. 아직까지는 연기 하면서 그만두고 다른 걸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연기는, 늘 새로워요. 어떤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하든 똑같은 건 없더라고요. 할 때마다 처음하는 느낌이에요. 연기는 그런 것들이 참 매력인 것 같아요.
도지한이 유난스럽지 않다고 했던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잘 나가는 배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소신과 중심을 바로 잡고 똑바로 걸어가는 힘이 있는 배우다. 늘 긍정적이었지만, 자신을 향한 평가에는 조금 인색하기도 했다.
“제 스스로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20점 정도라 생각해요. 연기가 절대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배우를 하다가 말 것도 아니고요. 남은 점수를 채우려면 세월도 필요하고 인간적인 면에서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다보면 자연스럽게 남은 점수는 채워지지 않을까요?”
이제 20대 중반, 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도지한의 이성관고 연애 스타일이 궁금했다. 그는 어렸을 적 이상형으로 배우 손예진을 꼽았다.
“어릴 적 외적인 이상형이 손예진 누나였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다보니 이제 외적인 이상형보다는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연애스타일을 하는 여성 분이 좋더라고요. 제가 자유롭게 연애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연애 하면서 늘 상대방이 원하는 스타일을 맹목적으로 맞출 수는 없잖아요. 연애하면서도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고 편하게 연애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공개 열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저는 공개 열애 여부는 상대방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면 숨기고, 알렸으면 하면 공개 열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굳이 일부러 나서서 열애한다고 할 필요는 없지만 회사에서만 괜찮다면 혹시나 드러나게 되더라도 부인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8년 연기 경력 동안 해보지 못한 연기들이 무수히 많다는 도지한. 그는 영화 ‘타워’ 출연 당시 함께 연기했던 안성기 선배님을 롤모델로 꼽으며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 꼭 닮고싶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도 전했다.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어요. 정통 멜로도 해보고 싶고, 느와르도 해보고 싶고요. 싸이코 패스 연기도 생각이 없지 않아요. 그러나 얼만큼 임팩트가 있고, 캐릭터에 얼만큼의 사연이 있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무작정 싸이코패스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 왜 그렇게 싸이코 패스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임팩트가 있다면 (싸이코패스 연기도) 안하거나 못 할 이유는 전혀 없죠.(웃음)”
도지한과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또 조용했다. 그는 그렇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도 자신의 매력을 알고 있을까. 대답은 매우 겸손했다.
“객관적으로 제 매력이라고 판단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외모가 독보적인 매력도 아니고요. 헤어 메이크업이나 옷이 멋진 건 나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늘 무던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배우 도지한. 자신의 여력이 닿는 한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는 좋은 배우가 되기에 필요, 충분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느껴졌다.
“주어진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욕심을 낸다거나 갈망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처음에 작품 할 땐 알쏭달쏭 하다가도 하다보면 내 작품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조급함이나 이런 것 보다는 밀도 있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작품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어요.”
도지한은 연기에 대한 욕심은 있을지언정, 탐욕스럽지 않았다. 요근래 만났던 어떤 배우보다도 차분했고, 생각이 깊은 배우였다. 누구에게나 시기는 있고 기회가 다가오듯이,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캐릭터도 허투루 연기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갖춘 제대로 된 배우였다.
“좋은 작품으로 꾸준히 일을 하고, 제 스스로든 주변에서든 좋은 평가를 받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명확하게 몇 작품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는 건 아니고요. 올해 한 작품 밖에 못하더라도 그 한 작품에 집중하고 그런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