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고] "교수님, 공간에 사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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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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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효원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 개강하고 첫 수업시간. A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의 침묵이 이어지자 적막을 깬 것은 A교수였다.

"○○○님 여기 장애우가 있나요? 눈이 안 보이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학생이 있어요?"
참여 독려하려는 의도였으나 기저에는 '장애인은 강의실에 있을 수 없다'는 혹은 '장애인은 제대로 학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다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강의실에는 실제로 장애인 학생이 있었다.

◈#2. "나도 여러분도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여기에 성소수자는 없겠지만..."
B교수는 소수집단 담론에 대해 설명하면서 강의실에는 성소수자가 없다고 단정 지었다. 소수집단 강의에서 마저 성소수자가 배제된 것이다. 그 순간 성소수자는 문헌에만 존재하는 일상에는 없는 존재가 됐다. 그리고 강의실에는 실제로 성소수자가 학생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의 유구한 전통을 꼽자면 '평균으로 살기'다. 상대적으로 다수라고 생각되어지는 것만이 옳다는 이 전통은 모든 시공간에 깊게 박혀있다. 전체의 평균에 속해야만 바람직하다. 평균값에 들지 않는 개인은 '이상하거나 결핍된 존재'로 인식되거나 존재 자체가 부정된다.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는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를 지우는 것, 이는 폭력이다. 대학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큰 배움을 뜻하는 공간이지만 소수자는 없다. '이상하거나 결핍된 존재'는 평균값이 모인 대학과 강의실에 있을 수 없다. 비존재기 때문에 소수자를 향한 발언은 자유롭다. 대학 내 구성원들은 소수자를 비하와 조롱의 대상으로 마음껏 사용한다.

'비존재하는 이상하고 결핍된 존재'인 소수자는 평균의 사람에게 불쾌한 멸칭일 뿐이다. 소수자에 대한 폭력은 이렇게 끝없이 재생산 되고 있었다.

절대적으로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공간에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 직장 모든 공간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한국 사회의 오래된 바람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공간에 있다. 존재를 지우고 조롱하고 비하하는 그 순간의 공간에도 사람이 있다.

평등은 큰 배움과 대단한 학식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우선 그 존재를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존재를 인지하고 존중하는 기본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평균 사회는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평등 사회로 가야한다.

"거창한 말을 떠나 이것 만은 잊지 말자, 언제나 공간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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